서경골프 골프일반

이동환 "이미지 트레이닝 덕 톡톡"

머릿속으로 연습하다 전역 첫해 日 투어 우승<br>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출전<br>"내년 시즌 마치고 PGA 도전"

베트남전 당시 포로로 잡혀 있던 한 미군이 수년 뒤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골프 싱글 스코어를 적어냈다는 실화는 이미지 트레이닝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지 홀이라는 이 '골프광' 미군 장교는 공포를 잊기 위해 머릿속으로 하루에 한 라운드씩을 소화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답답한 벽과 끔찍한 고문 기구뿐이었지만 그의 정신은 고향의 푸른 필드를 마음껏 누비고 있었다. 200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최연소 신인왕에 빛나는 이동환(24)도 영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2008년 12월 군입대한 이동환은 올해 1월 전역 후 JGTO에 복귀해 4월 전역 후 첫 출전 대회인 도켄 홈메이트컵에서 공동 21위에 올라 건재를 과시하더니 9월 도신 골프 토너먼트에서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면서 일본 통산 2승째를 거뒀다. 20일 시작되는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해슬리 나인브릿지CC) 출전 차 귀국한 이동환은 "일본 투어 코스들은 3년간 뛰어 익숙했다. 홀별 핀 위치나 바람, 기타 환경, 출전하는 선수들을 다 안다. 입대 후 그 조건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면서 "내 시선, 캐디의 시선, 갤러리의 시선 등 세 가지로 나눠 라운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트레이닝 속에서 나는 항상 베스트 스코어를 내고 모든 경기에서 천하무적이었다"고 밝힌 이동환은 "그렇게 필드를 그리워하다 전역 직후 한 달간 태국에서 훈련한 뒤 투어에 복귀했더니 전혀 낯설지가 않더라"고 했다.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스포츠센터 관리병으로 근무한 이동환은 운동이라고는 오후9시부터 점호 전까지 30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게 전부였다. 클럽은 상사들의 시범 요청 때만 잠깐 잡았을 뿐. 대신 중학생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마인드 컨트롤 전문 기법인 '실바 메소드'를 익힌 덕에 남보다 이미지 트레이닝 몰입이 수월했다고 한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닮아 데뷔 때부터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린 이동환은 현지 팬들 사이에서 '돈짱'으로 불린다.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팬들의 응원과 최근 들어 일본 투어에 진출한 한국 동료들이 부쩍 늘어나 외롭지 않다. 이동환은 "아픈 곳 없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선 올 시즌 남은 5개 대회에서 최대한 랭킹(현재 상금랭킹 4,000만엔으로 16위)을 끌어올리고 내년 시즌을 마친 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메인 스폰서 없이 타이틀리스트의 용품 후원만 받아온 이동환은 조만간 CJ그룹과 후원 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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