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인맥은 설립 배경에서 원류를 찾을 수 있다. 지난 1999년 1월 종전의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ㆍ보험감독원ㆍ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기관을 통합해 하나의 감독기구로 재탄생시켰으므로 출신에 따라 자연스럽게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당시 신용관리기금은 단기금융회사와 종합금융회사ㆍ상호신용금고를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은행과 증권ㆍ보험의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 설립 초기에는 삼각편대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헌재 초대 원장이 "조직의 화학적 융합이 필요하다"며 인력의 20% 이상을 기존과 다른 영역에서 업무를 보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검사ㆍ감독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인 만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자 화학적 융화시대는 1년여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은행ㆍ보험ㆍ증권 삼각편대=현재 금감원 삼각편대의 선봉에는 통합 이전 각 감독원 출신들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 관련 업무에는 주재성 은행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을 중심으로 조영제 일반은행서비스국장과 박세춘 특수은행서비스국장, 양현근 은행서비스총괄국장이 포진해 있다. 주 본부장은 복합금융감독실장과 조사2국장ㆍ신용감독국장 등을 거친 정통 은행 전문가로 통한다. 증권감독원 출신으로는 송경철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을 비롯해 박원호 기업공시본부장(부원장보), 김건섭 금융투자서비스국장과 이동엽 기업공시국장, 이정의 자본시장조사1국장, 최진영 회계서비스1국장 등이 맥을 잇고 있다. 송 부원장은 공시감독국과 증권검사국ㆍ증권감독국을 두루 거친 증권통이다. 보험업무에서는 김수봉 보험업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 아래에 김용우 생명보험서비스국장과 성인석 손해보험서비스국장, 김수일 보험계리실장 등이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김 본부장은 보험감독국과 보험계리실, 복합금융감독실 팀장을 거쳐 총무국 실장 등을 지냈다. ◇외부 전문인력 대거 영입=금감원은 업무의 특성상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서는 외부 전문인력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외부 전문인력으로는 이장영 감독서비스총괄본부장(부원장)을 비롯해 정연수 자본시장조사본부장(부원장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부원장은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국제통으로 3명의 부원장 중 유일한 외부인사이다. 정 본부장은 사법고시 26회 검사 출신으로 2008년 6월 합류했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인 문정숙 소비자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과 건국대 경영대학장을 지낸 김호중 회계서비스본부장(전문심의위원)도 외부 인물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임원급 전문인력 외에도 미국 변호사 출신 5명을 포함해 변호사 21명과 박사급 인력 42명을 채용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CEOㆍ로펌행 활발=금감원 OB들은 상당수 금융회사 감사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CEO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유흥수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LIG투자증권 초대 사장에 올랐다. 증권 관련 업무에 정통한 유 사장은 LIG손해보험에서 감사로 일하다가 회사가 증권업에 새로 진출하면서 CEO로 발탁된 케이스. 은행감독국장 출신인 이종호 KT캐피탈 사장은 LG카드를 정상화시켜 매각한 뒤 CEO로 활약하고 있다. 김영재 전 부원장보는 솔로몬상호저축은행 회장을 거쳐 칸서스자산운용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장훈 한국신용평가 사장과 심의영 KIS정보통신 사장, 박창섭 SC제일펀드서비스 대표도 금감원 출신이다. 장태종 신협중앙회장은 2004년 신협중앙회 검사감독 이사로 부임한 뒤 올해 2월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이용찬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과 이길영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장, 김동수 부산HK저축은행장이 금감원 인맥이다. 최근에는 금감원 실무전문가들의 로펌행도 줄을 잇고 있다. 로펌업계에서 금감원 인맥을 쌓아가고 있는 셈이다. 8월 장범진 금융투자서비스국 총괄팀장과 전광수 소비자서비스국장이 김앤장의 제의를 받고 금감원을 떠났다. 6월에는 김영삼 자본시장조사1국 특별조사팀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고 앞서 4월에는 홍성화 자본시장조사2국장이 법무법인 세종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금감원 출신의 로펌 인맥은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융팀을 꾸리던 김앤장은 김순배 전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을 영입했으며 전승근 총괄조정국 수석조사역, 김금수 은행검사1국 수석조사역, 허민식 조사1국 수석조사역 등 핵심 실무진이 나란히 사표를 내고 김앤장 금융팀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