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에 몸을 떠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그를 옹호하는 의원들도 적지않다. 대개 정치적 계산보다는 ‘김 전 회장이 고통을 받을 만큼 받았고 공도 크다’는 명분을 들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386운동권 출신 중에서도 김 전 회장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김 전 회장 재평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은 이한구 의원. 재무부 이재과장을 거쳐 대우그룹 비서실 상무로 입사해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그는 대우그룹의 공과 논란에 관심이 크다. “단순히 김 전 회장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외환위기 과정과 이후 정부가 취했던 정책의 잘잘못도 밝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대우그룹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도 김 전 회장에 동정적인 입장을 가진 의원으로 분류된다. 베트남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나 귀국설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그는 “김 전 회장이 대규모 분식회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경영을 선도하며 시장개척을 주도한 공이 있다”고 말했다. 귀국은 물론 사면ㆍ복권까지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원외지만 이종상 국회의장 정책특보도 대우그룹 언론팀장 출신.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후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 광주에서 출마한 경험이 있다. 강원국 청와대 연설비서관도 대우 회장실에 근무한 대우 출신. 이채롭게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연설문 담당을 지낸 이들은 김 전 회장이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인맥으로 꼽힌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여권 내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386그룹도 김 전 회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도와줄 것으로 예상된다. 운동권 인맥 때문. 널리 알려진 대로 김 전 회장이 지난 94~95년에 특별 스카우트한 30대 초중반의 운동권 출신 100여명이 한다리 건너면 청와대든, 국회든, 언론이든 통하지 않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입사한 81~83학번 100명여 중 약 30여명이 주축이 돼 지난달 초 ‘세계경영포럼’을 결성한 것도 김 전 회장의 귀국과 구명운동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도 해외에 나가면 김 전 회장이 구축한 기반이 남아 있고 이를 활용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무소속의 S국회의원도 이들을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실세 당직자인 M의원 역시 기업인 사면이라는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의 사면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그룹 출신 기업인 모임인 ‘우인회’가 옛 대우인맥 규합과 현역 정치인과의 연결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회장에 동정적인 정치인의 면면은 이른바 ‘김우중 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점. 받은 게 없어 거리낄 것 없이 김 전 회장을 측면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전 회장 구명을 위한 정치권의 지원사격도 예상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의원과 의원보좌진 등 정치권은 물론 각계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386인맥의 뒷힘이 작용할 경우 김 전 회장 구명운동은 한층 더 탄력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