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주일 전 숨진 두 아들의 죽음을 알리고 성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테이프가 29일 공개됐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 아라비아 TV는 이날 오전 입수한 약 9분 분량의 녹음 내용을 아랍권 전역에 방송했다.녹음 속 육성은 “신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라크인들에게 영광스러운 소식을 전한다”며 “당신들의 아들이고 형제인 우다이와 쿠사이, 쿠사이의 아들 무스타파가 모술에서 벌어진 성전에서 적들과 6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투 끝에 순교했다”고 말해 두 아들의 죽음을 확인했다.
테이프는 이어 “그들을 포위했던 적들은 지상군으로서 모든 종류의 무기를 갖췄음에도 전투기를 이용해 저택에 미사일을 발사할 때까지 그들을 정복하지 못했다”고 주장, 용맹을 치켜 세웠다.
테이프는 또 “사담 후세인이 우다이와 쿠사이 외에 100명의 아들들이 있더라도 (그들에게) 똑같은 (순교의)길을 걷도록 했을 것”이라며 “우리 조국의 모든 젊은이가 성전의 전장에서 순교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확한 날짜 없이 7월에 녹음했다고만 밝힌 이날 후세인의 육성은 4월9일 바그다드 함락 이후 5번째 방송되는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성전만을 촉구했던 전작들과 달리 22일 모술에서 미군이 사살했다고 밝힌 두 아들의 사망을 `아버지의 입`으로 확인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테이프가 진본으로 확인되면 우다이, 쿠사이 사망에 회의적이었던 상당수 이라크인들의 의심이 풀릴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금까지 방송된 대부분의 후세인 육성을 진본으로 보고 있다.
우다이ㆍ쿠사이 사살 이후 후세인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군은 갈수록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8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이 “미군은 후세인을 몇 시간 거리에 두고 뒤쫓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9일 미군은 믿을 만한 정보를 받고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 시내 모처를 급습, 후세인의 `평생 경호원` 1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노턴 슈워츠 합참 작전국장도 29일 “시간이 지날수록 후세인의 행방에 대한 제보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후세인 체포가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생포를 원하지만 후세인이 두 아들처럼 저항을 택한다면 사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그다드 함락 이후에도 미군 사이를 활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로 노련한 후세인이 쉽게 꼬리를 잡히겠느냐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김용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