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에 윤리경영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는 사실이 언뜻 구태의연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21세기 기업환경은 정보화 경영과 함께 부패라운드로 상징되는 윤리경영이 양대 축을 이루게 된다.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 내부의 감시체계를 정비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는 작업은 윤리경영의 출발점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까지 추진했던 수많은 제도개혁은 윤리경영의 토대를 닦는다는 의미도 지녔다.
지난해 2월 발효된 부패라운드나 외국공무원 뇌물방지협정 등은 모두 우리 기업의 윤리현황을 다시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93년 제정된 포철의 윤리강령을 시작으로 95년 현대의 기업윤리강령과 LG의 윤리규범, 96년 삼성의 윤리강령 등은 모두 윤리경영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도덕경영·열린경영·정도경영 등 대기업들의 지향점도 이에 해당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6년 기업윤리헌장을 제정,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윤리경영 도입을 촉구했던 일도 새삼스럽다. 지난해 전경련 산하에 기업윤리위원회가 출범, 본격적으로 윤리경영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윤리경영에 눈을 뜨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산업계 전반에는 윤리와 기업경영의 관계를 애써 무시하려는 경향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경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회원사의 77.9%가 윤리강령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2000년대를 맞아 기업들은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땅에 떨어졌던 국내 기업들의 신인도를 회복하는데도 윤리경영은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21세기 기업경쟁력은 정보화 수준뿐 아니라 윤리의식 제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기업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윤리강령 제정 움직임이다. 기업들은 강령제정을 통해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다.
윤리강령 제정과 함께 눈여겨볼 대목은 사내 윤리교육이다. 사내의 윤리경영을 감시할 윤리감사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곧 인사고과제도의 변화를 예고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도 높아질 전망이다. 양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자와의 관계는 물론 공정경쟁을 지향하는 타기업과의 관계, 정경유착을 뿌리뽑는 정부와의 관계도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