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감원 출신 감사의 이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라고나 할까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와 은행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집중 부각되면서 금감원 출신 감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금감원 출신들이 그리 나쁜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논리는 이렇다.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법조항대로만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사는 작은 일이라도 금융당국과 협의가 필요하고 검사라도 받을라치면 감사는 금융사의 입장을 충분히 당국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금감원 출신 감사가 아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이나 감사원 인사가 감사로 나가 있지만 최근 부실로 심각한 문제가 된 곳은 없다. 논란이 되는 저축은행을 보자. 금감원 인사가 저축은행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2006년 이후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 17개 가운데 금감원 인사가 감사로 있던 곳은 4군데다. 이 중에서도 올해 영업정지된 부산2ㆍ대전ㆍ전주 저축은행 등은 엄밀히 말하면 '뱅크런'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은 것이지 부실 문제는 아니었다. 금감원 등 감독당국 출신 인사가 무더기로 금융사에 가는 게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감사와 당국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우면 '비리'가 움튼다. 금융권 감사 자리가 감독당국 퇴직인사들의 인생 2막 앞마당으로만 전락해서는 곤란하다. 핵심은 감사의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감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여건이 돼 있느냐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한 감사는 "대주주가 감사를 왕따시키는 데다 보고도 제대로 못 받게 한다"고 토로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참에 민간 출신 감사 인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감사는 최고경영자를 감시하는 게 주요 임무다. 내부 출신이나 외부 인사가 이를 수행하려면 이중삼중의 보완장치가 필수다. 시중은행은 그나마 잘 돼 있지만 저축은행 사례에서 보듯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감사가 어느 출신인지 따지는 것보다 관련 제도와 민간 감사인력 육성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진정한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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