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정 여야 대화합 선언을(사설)

우리나라가 부도위기 상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이것으로 경제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가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한 것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선진7개국(G7)이 한국호의 침몰을 막기 위해 응급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앞으로 내년 봄까지는 응급조치가 지속돼야 한다. 단기외채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남미와는 달리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다. 만의 하나 국가 부도사태에 이른다면 식량·에너지·의약품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자조차 절대적으로 부족, 공황사태가 빚어질 것은 뻔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도산만은 막아야 된다. 도산을 피하기 위해서는 IMF를 비롯, 미국과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우선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기업의 경영구조개혁·금융개혁·노동개혁·시장개방·정부개혁 등은 고통을 수반하는 어려운 작업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차제에 미국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 21세기 우리경제의 웅비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놓자는 뜻이다. ○각종 개혁 신속 과감하게 마침 국난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공동으로 참여,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협약선언이 추진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도 이를 위해 이미 경제단체·소비자단체·노동단체와 만나 위기의 실상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 특히 IMF의 정리해고제 조기실시 요구로 대량실업사태가 예고된 상황하에서의 국민협약선언은 한층 의미가 깊다. 노사정과 정치권이 합심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주체들이 자기가 맡은 바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 ○양보와 고통분담의 전제로 우선 정치권은 오늘과 같이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이끈 책임의 상당부분을 통감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기업에 의존해왔다. 자금공여의 대가인 관치금융·정경유착 등이 우리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새 정권에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제도적으로 단절시켜야 한다. 정부조직과 기능도 재편해야 한다. 조직은 작고 효율적으로, 기능은 글로벌 경쟁체제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국제경쟁력이 47개국 중 36위였던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경제발전에 얼마나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는 분명하다. 정부는 시대의 변화에 맞도록 반드시 개편돼야 한다. 김당선자는 이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협조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는 과제이기에 정치권의 결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경영인들은 21세기 우리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주역이다. 글로벌시대 어느 경제체제아래서도 잘 되는 경제는 윤리적으로 건전하게 무장되어 있다. 도덕적으로 타락한 경제주체들이 모여 훌륭한 경제를 이루어낸 예는 없다. 정치와 과감히 손을 끊고 경영 원론으로 돌아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훌륭히 이뤄내야 한다. 우리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멕시코 경험은 타산지석 경영인들은 인간존중의 경영을 함으로써 근로자들로부터도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사람은 항상 주위의 존경을 받았다. 인간존중의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우리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데 대해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냉전체제의 붕괴와 글로벌경제의 등장으로 중국처럼 값싼 노동력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틀 속으로 속속 들어왔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앞서야 높은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가 갈 곳이 없다. 어차피 해외시장에 의존, 경제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항상 국제경쟁력을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무리한 요구는 파멸을 갖고 올 뿐이다. 우리 인적자원의 국제경쟁력은 47개국 중 24위다. 근로자들이 기술수준 향상 등 자신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임금수준은 향상될 수 없다. 김당선자는 현 상황이 국가비상사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같은 인식하에 모든 대국민공약을 유보하고 경제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고 남미 각 나라들이 받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정치권·기업인·근로자 모두가 서로 합심, 현재의 국난을 재도약의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노사정과 여야 5자의 대화합선언이 필요하다. 멕시코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노(농)사정의 대타협이다. 먼저 위기를 경험했고 위기극복에 성공한 나라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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