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16일] "혼이 없는 對北지원"

요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은 '오장육부도 없는 대한민국'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분 못하는 혼이 없는 대한민국' '46명의 호국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대한민국' '북한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또다시 질질 끌려가는 대한민국'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일부 사례 깊지 못하고 촐싹대는 사회분위기를 원망하고 있다. 천안함 사죄 없인 지원은 곤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많은 국민들은 북한이 수해를 맞아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점, 우리의 쌀 재고처리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점, 대한적십자사나 혹은 민간 차원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정부 차원의 지원과 의미가 다르다는 점, 주요20개국(G20) 서울개최가 다가오고 있는데 혹시 북한의 방해책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중국과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천안함 사건을 더 끌지 말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점 등을 다 이해하면서도 지금 남한의 대북지원 행위는 사례 깊지 못한 혼이 없는 행위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지난 3월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명의 호국영령(護國英靈)들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도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천안함 피침과 함께 원혼(冤魂)이 된 호국영령들에 대해 조국 대한민국이 해야 할 최소한의 역무는 북한으로부터 그들의 만행에 대한 사죄를 받는 일과 향후 다시는 이러한 악행을 자행하지 않을 것을 약속 받는 일이다. 이러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한 철저한 이행 없이 그 살인집단을 흐물흐물 대한다는 것은 국가 스스로 국가의 권위와 자존심을 비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2001년 9ㆍ11테러를 당했던 미국은 9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및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없애버렸고 엊그제 기념식에서 테러리스트 두목 빈 라덴을 반드시 체포해야 함을 다짐하면서 테러리스트들의 행위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악행으로 여전히 규탄하고 있다. 참사를 당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그 악행을 저지른 집단에 야무진 사과와 향후에 그러한 악행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하는 약속을 받아내는 분명한 조치 없이 지원을 해준다느니, 고위급 회담을 한다느니, 제2공단을 만든다느니 하는 주장들은 간도 없고 쓸개도 없고 오장육부도 없는 혼이 없는 주장들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46명의 순국장병들의 영혼이나 그 유가족들에 대한 무례함이요, 모욕이다. 다음으로 지금 한국정부의 대북지원 행위들은 그것이 인도주의든 아니든 결국 한국 스스로 '5ㆍ24 대북제재조치'를 붕괴시키는 행위다. 악행을 저지른 범법자에게 범행자백과 더 이상 악행을 하지 않도록 매질과 추궁을 하다가 갑자기 지갑을 꺼내 돈을 주는 행위와도 같다. 쌀 5천톤을 비롯해 100억원의 대북지원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상징적인 의미는 단순한 100억원 지원이 아니라 결국 대북제재조치의 종결을 의미하게 된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라는 만행에 대한 자백도, 사죄도 물 건너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동안 비합리적이었던 북한의 대남정책 교정도 사실상 포기함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국민들은 좌절감과 자존심의 손상을 심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좌절감·자존심 손상없게 해야 끝으로 우리의 순진무구한 대북지원은 향후 북한의 정치선전에 악랄하게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천안함 폭침을 두고 북한 및 우리의 친북세력들은 국방부의 두 번에 걸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자체의 자작극, 미국이 자행한 행위, 혹은 좌초설 등 온갖 음모론들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대북지원은 북한 및 친북세력들이 "남조선 스스로 자작극을 벌려놓고 북한에게 덮어씌우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쌀 등을 갖고 와서 사죄하고 있다" 등으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짓들을 얼마든지 자행하는 정치집단이 북한이요, 우리 사회 친북좌파세력들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혼과 자존심을 분명히 지키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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