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일 정상회담] 무거운 분위기속 거리만 재확인

韓 "진지한 반성없인 미래 관계정립 어렵다"<br>日 "미래지향적 교류·협력을 먼저 생각하자"<br>고이즈미 "역사교과서는 저자 자유" 선그어<br>FTA등 경제협력·사회문화 교류는 지속 추진하기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조심스럽다’는 표현처럼 양국간의 냉랭한 외교관계만큼이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양국 정상들은 2시간 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할 말을 다 했으나 예상대로 서로의 이견만 재확인했을 뿐 새로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을 왜 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제2기 역사공동위원회 발족과 제3의 추도시설 건립 검토 등 두 가지 측면에서 합의했지만 이는 외교진의 실무조율 결과이지 이날 회담의 성과는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를 ‘낮은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했다. 다만 두 정상은 역사인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일간 평화ㆍ협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경제협력과 사회ㆍ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확인한 점은 그나마 성과다. 회담은 출발부터 냉랭했다. 정상회담 막판까지 의제설정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신사참배에 대해 노 대통령은 우회적이지만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했으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참배의 정당성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노 대통령은 “야스쿠니 신사에 가보면 과거의 전쟁을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전시해놓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며 “과거의 전쟁과 전쟁영웅을 미화한다면 과거에 여러 번 괴롭힘을 당한 이웃나라들은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신사참배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의 전쟁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참가한 일본인을 추도하고 앞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며 신사참배를 정당화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고이즈미 총리께서 신사참배를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우리 국민에게는 과거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를 안다, 안한다’는 분명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정우성 외교보좌관이 전했다.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정상간은 평행선을 달렸다. 노 대통령은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들이 문제의 교과서를 읽음으로써 과거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침략이 큰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교과서 검인증 제도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검인증에) 개입할 수 없으며 저자의 자유”라는 선을 그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견해차이는 양국의 교류증진과 미래발전에 대한 인식차로 이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어떤 나라든 의견차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교류를 하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미래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외교ㆍ정치적 틀의 제고 ▦과거사에 대한 인식공유 ▦경제ㆍ사회ㆍ문화의 교류협력 등 세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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