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 사장단 사표 배경과 전망

현대그룹 사장단 8명이 18일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받기로 한 것은 `최근 경영권 분쟁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가신그룹 책임론`을 잠재우고 금강고려화학(KCC)와의 명분 싸움에서 최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도 바닥에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장단 “현대 부실ㆍ분쟁 책임”=이번 일괄 사표 제출은 사장단이 먼저 현정은 회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장은 “현 회장에게 힘을 실어드리기 위해 전원 사표를 제출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0월말부터 빚어진 경영권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유상증자를 통한 국민기업화 추진이 실패하는 등 KCC측에 수세로 몰리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몇 년간 현대그룹의 위상이 추락하고 경영이 크게 부실해진 것에 대한 책임을 기존 경영인들이 져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도 적지않게 작용했다. 이와 함께 KCC와의 분쟁에서 “명분만큼은 뒤지지 않겠다”는 현대 경영진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사장 물러날 듯 = 현대 관계자는 “일괄 사표를 낸 만큼 각사의 이사회에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계열사중에는 사외이사가 50%가 넘는 곳도 있는 등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중인 만큼 이사들의 뜻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회장의 의중과 무관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들에 대한 충성 여부를 다시 확인하고 충성도가 약한 사장을 솎아내 경영권 분쟁에서 일사불란하게 대처하겠다는 뜻도 깔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장단 가운데 그 동안 구설수에 올랐던 2~3명은 재신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재수 경영전략팀 사장은 팀 해체로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신임을 거치고 일부 사장을 교체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측이 “필요하다면 전문경영인을 보강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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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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