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조적 모방/김인환 효성T&C사장(로터리)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즐겁고 자랑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도 생각과 행동에 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친구들이 있다.예리한 분석력과 명쾌한 논리로 항상 주변을 압도하는 친구, 어떤 어려운 일에도 까딱하지 않는 불굴의 화신 같은 사나이, 의리를 중시하고 의협심이 강한 친구, 주위 사람의 자존심을 살펴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친구, 어떤 일에도 주변을 따뜻이 감싸줄 줄 아는 가슴이 넓은 친구 등 그들의 장점을 모두 다 닮고 싶은 소중한 친구들이다. 가끔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일, 후회스런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 친구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스스로의 물음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었고 건방져지기 쉬운 상황에서도 겸손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랬기에 그나마 덜 부끄럽게, 덜 후회스럽게 살아올 수 있었다고 자위해보곤 한다. 기업에 있어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김새가 다르고 체질이 다르며 심성에 비유될 수 있는 기업문화도 서로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기업들의 좋은 점만을 모두 본뜰 수 있다면 그 기업은 틀림없이 강한 기업이 될 것이다. 이런 평범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창조적 모방」을 하나의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체계화한 것이 소위 벤치마킹(Benchmarking)이 아닌가 싶다. 벤치마킹을 경영혁신의 수단으로 처음 실천한 기업은 미국의 제록스사로 알려져 있다. 76년 일본에서 중저가 제품 위주의 복사기를 취급하기 시작한 일본 캐논이 품질·기능·디자인 등에서 제록스를 능가하면서 위기에 직면하자 경쟁의 비교우위 전략을 실천하는 방안으로 벤치마킹을 착안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뒤 미국의 GE가 1989년부터 착수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군살빼기 작전에 벤치마킹 기법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자 전 미국으로 확산, 보급되었으며 다른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벤치마킹 기법을 도입하는데 열을 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도 세계정상급의 우량기업을 표적으로 벤치마킹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서부터 마케팅과 관리 및 의식의 선진화에 이르기까지 각 기업의 사업분야와 관련이 있는 선진기업들을 모델로 벤치마킹을 하여 그 격차를 창조적 모방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활동이 전사적인 벤치마킹과 별도로 각 부서단위와 개인별로도 달성해야 할 목표와 그 달성방법을 설정하는데까지 구체화된다면 더욱 그 성과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조직원 개개인까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실천적인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들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일찍 많이 가진 척, 아는 척한 것이 화를 자초한 건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실상 우리가 가진 것은 너무 적고 아는 것 또한 너무 적다. 지금이라도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모방이라도 철저히, 그리고 꾸준하게 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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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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