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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중앙집행위원회(중집) 회의장을 봉쇄하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중집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국노총은 오는 26일 다시 중집을 열어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18일 오전11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집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금속노련과 화학노련·공공연맹 등 강경파 조합원 200여명이 회의 한 시간 전부터 대회의실을 점거하며 극심하게 반발했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봉쇄에 따라 한국노총은 이날 22일 개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 준비상황만 논의한 채 26일 중집을 다시 열기로 했다. 이날 중집 안건은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을 점거한 조합원들은 "조합원 의사를 무시한 지도부의 결정을 용납 못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투쟁으로 막자" "노사정위원회 결사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조합원들은 "중집 무산을 선언하지 않으면 위원장실에 진입하겠다"고 고성을 질러대며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압박했다.
농성은 다섯 시간 넘게 이어져 김 위원장을 비롯해 금속·공공·화학연맹 위원장들은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위원장실에서 대책을 협의했다.
이날 삭발을 하고 농성을 주도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한국노총 현장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 결렬의 주된 원인인 해고요건 명확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초 한국노총 지도부는 지난 4월 중단된 후 4개월 만에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잇달아 김 위원장을 설득한 끝에 우선 대화에 참여해 논의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26일 중집이 다시 열린 뒤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논의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8월 말에 노사정 대화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의도대로 9월 초까지 노동시장 개혁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