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14일] '전기요금 동결'의 함정

새 정부는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동결 등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율을 3.3% 내외로 유지하면서 6% 내외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가 올라가고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면서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음의 피드백’ 관계가 있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성공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는 제시한 경제정책운용 배경에서 전기요금을 동결해 제품의 생산원가를 낮춰 물가를 안정시키고 물가가 안정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이 증가해 내수 소비가 증가하면 이를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는 ‘선순환 루프’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경제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전기요금 동결정책의 단기적 성공이 도리어 국가와 국민경제에 장기적 함정을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일각에서는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2월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톤당 130달러까지 도달한 시점에서 전기요금 동결정책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연료가격 상승으로 전력 구입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소매요금을 동결한다면 영업이익이 감소해 최악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사상 최초로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원자력발전 사업자의 경우에도 올해 전력판매단가가 3년 전에 비해 6.2% 하락한 반면 원료인 우라늄 가격은 폭등하고 있어 수익감소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발전회사들의 경영악화가 연결재무재표상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이익감소로 연결되는 상황을 반영하듯 한국전력의 주가는 최근 한 달여 사이 약 25% 폭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시장 정책실패를 예로 들면서 정치적인 전력요금 동결정책이 국내 전력산업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사태는 가스 가격 폭등과 갑작스러운 더위로 전력수요가 급격히 상승한 반면 민영발전회사들의 신규 전력설비 건설 기피, 송전선 부족 등으로 전력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전력 판매회사들의 전력구입비가 급등했지만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치적 이유로 소매가격을 오히려 10% 인하시킨 결과 대부분의 판매회사들이 도산한 사건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경제운용 정책 중 하나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전력요금 동결정책이 정말로 타당한 것인가를 장ㆍ단기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현재의 낮은 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최선의 정책일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전력요금 동결정책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우선 국내 전력산업은 전원구성과 산업구조 측면에서 캘리포니아와 매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그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력산업의 경우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력발전이 국내 전력의 약 40%를 담당하면서 타 전원의 연료가격 상승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력 거래의 자유경쟁시장 체제에서는 유연탄 가격이 급상승하면 경쟁관계에 있는 원자력발전이 반사이익을 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원자력발전의 반사이익을 유연탄발전 부문의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한다면 시장기능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 분야가 한전으로부터 독립돼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직통합형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력 요금이 동결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캘리포니아와 같은 어려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 정부의 계획대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져 발전과 배전이 분할돼 민영화됐다면 지금과 같이 연료 가격이 폭등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동결을 거론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전력산업의 시장기능 강화와 공공성 유지 사이에 균형점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인식하게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정부의 전력산업정책은 다른 분야와의 연계하에 국가 전체적인 입장을 고려하는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추진돼야 함을 예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력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적절한 투자보수율은 장기적으로 좋은 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선결조건임에 틀림없다. 이에 필자는 전기요금을 연료비 가격에 연동해 조정하는 ‘원가연동제’ 도입을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사실을 지적해둔다. 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가ㆍ국민 경제가 장기적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합리적인 전기요금 정책을 강구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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