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부모 모임에 축사를 하기 위해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행사가 끝나고 교장선생님과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의아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요즈음은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거의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업시간의 시작과 끝에 선생님께 인사하는 것이 권위적이라 해서 많은 학교에서 실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를 회상할 때 요즘 바뀐 관습을 생각하면 안타까워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 경우는 특히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그나마 더 많은 학교가 경례를 실시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예의와 권위의 경계가 분명한데도 탈권위만 앞세운 잘못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았다는 과거의 예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시대가 변하기 때문에 스승과 제자의 예의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과거의 엄격한 수직적 위계질서보다는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민주적인 것이 곧 기본적 예의를 도외시해도 좋다는 게 아닐 것이다. 학생이 선생님께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라 웃어른께 먼저 인사드리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학창시절의 은사를 뵐 때마다 존경의 마음으로 자세를 가다듬게 되는 것은 필자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은사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많은 공적을 남기신 분들도 계시지만 이른바 “평범한 교사”로서 일생을 보내신 분들이 더 많다.
이분들에 대한 존경심은 사회에 알려진 업적이나 전해주신 지식보다도 인간으로서, 특히 건전한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인격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주신 것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분들에게 먼저 예의를 갖춘다고 결코 권위주의적인 것도 반민주적인 것도 아니라 본다.
교직은 생활수단으로서의 직업이지만 동시에 학생들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 선생님을 “기능인 교사”로서만 간주하고 스승으로 여기지 않으면 우리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가. 교권침해의 사례가 자주 보도되는 요즘 예의 실천 같은 간단한 일부터 제대로 실행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