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풍수해보험을 의무보험으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제주도와 서해안 등지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피해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리라. 우리나라는 태풍으로 인한 주택과 온실(비닐하우스) 재산피해에 대해 풍수해보험, 정부의 재난지원금, 국민성금이라는 3개의 훌륭한 대비책이 있다. 풍수해보험은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정책보험으로 태풍ㆍ호우ㆍ홍수ㆍ강풍ㆍ해일 등으로 인한 주택ㆍ온실 피해를 보상한다. 재난지원금과 성금은 피해 복구에 충분치 않으며 사후약방문 성격이 있다.

프랑스·스페인 등은 이미 시행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나 온실을 소유한 농민이 태풍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험관리 방법은 사전적 성격의 풍수해보험 가입이다. 풍수해보험은 일반주택(100㎡)의 경우 연간 4만5,600~2만9,900원의 보험료를 내면 보험금 9,000만~7,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철재 파이프 비닐하우스(500㎡)의 경우 연간 14만6,200~9만6,000원의 보험료를 내면 보험금 434만~337만여원을 받을 수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며 연간 188만여원의 보험료를 내는 A씨는 지난해 1월 큰 눈이 내려 온실이 전파되는 바람에 9,84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강원 삼척에 사는 P씨는 7만여원의 보험료를 내고 지난해 2월 대설로 주택이 일부 파손돼 1,1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 주택과 농민의 온실 피해를 보상하는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다. 매년 되풀이되는 풍수해를 보험을 통해 복구하려면 현재의 임의보험은 해결책이 못되며 의무보험이 정답이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모든 화재보험ㆍ재물보험ㆍ자동차보험 가입자는 풍수해 특별약관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터키는 모든 주택 소유자가 지진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터키 정부는 주택을 등기할 때, 도시가스ㆍ전기ㆍ전화를 신청할 때 지진보험증권을 의무적으로 첨부토록 하는 법안도 입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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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위험의 의무보험화 논리는 사회적 연대감이다. 주택과 같은 사유재산의 의무보험화는 개인의 '계약자유 원칙'에 따라 국가가 강제하기에 법리상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 그렇지만 스페인ㆍ프랑스ㆍ터키는 '공익 우선'논리를 선택했고 자연재해 의무보험제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보험료를 낮추고 사회 전체의 후생복지를 향상시켰다.

우리나라도 풍수해보험의 의무보험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의무가입 대상은 주택 소유자다. 모든 단독ㆍ다가구ㆍ연립ㆍ다세대주택 소유자가 풍수해보험에 의무가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충분한 규모의 경제가 된다. 여기에 소상공인의 건물ㆍ공장 등이 포함된다면 금상첨화다. 몇 가지 전제조건하에 주택 당 연평균 풍수해보험료를 2만~3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국가재보험제도도 구축할 필요

풍수해보험이 의무보험화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사유시설에 대한 무상 복구지원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풍수해보험의 의무보험화를 망설이고 있다. 기존의 보험료 지원과 무상 재난지원금 제도에 익숙해진 주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고 풍수해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택 소유자의 거부감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시점에 내 재산은 보험으로 스스로 지키고 나는 피해를 입지 않더라도 나의 보험료가 이웃을 위한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십시일반 성격의 의무보험화에 대해 국민 스스로도 성숙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풍수해보험의 국가재보험제도(관리기금)도 구축될 필요가 있다. 프랑스ㆍ스페인ㆍ터키는 모두 자연재해보험의 국가재보험제도를 구축해 정부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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