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변의 폭을 한껏 줄이고 나서 구리는 이 바둑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우하귀에서 하변에 걸쳐 아직도 상당한 흑진이 조성되어 있지만 흑진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한편 백은 도처에 집이 많다. 백52로 붙여 쉽게 처리하고 백56으로 슬라이딩하여 끝내기를 서두른다. 상대적으로 이세돌은 마음이 다급하다. 좌상귀의 백진에 게릴라를 투입하기는 해야겠는데 상변의 흑대마도 미생이어서 조금 켕긴다. 선수로 상변을 확실히 살리고서 좌상귀에 쳐들어가는 수순을 찾아야 한다. 이런 취지로 고심하다가 등장한 것이 흑57, 59였다. "모양이 사나워서 프로라면 생각하기 힘든 수입니다만…."(목진석) "내가 실력이 없어서 잘 모르긴 해도 이건 악수 같은데요."(송태곤) 이세돌이 머릿속에 그린 진행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9(8은 1의 자리)까지였다. 이렇게 선수로 살아놓고 좌상귀에 둘 예정이었다. 그런데 구리는 그냥 실전보의 백60으로 젖혔다. 바로 이 수를 이세돌이 예상하지 못했으니…. "착각이었어요. 여기서 바둑이 망가졌어요."(이세돌) 빠른 템포로 백64까지가 두어졌다. 계속해서 흑65의 보강은 필연. 한 수 보강을 했건만 아직도 상변의 흑대마는 덜 살아 있다. 구리의 백66은 평범해 보이지만 흑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는 좋은 수였다. 흑은 67, 69로 밀지 않을 수 없고 좌상귀의 백진은 저절로 굳어지고 있다. 흑의 비세가 눈에 보인다. 이젠 흑이 참고도2의 흑1을 결행할 시기가 된 것 같다. 패로 귀를 잡으러 가는 승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