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백화점업계의 제로섬 게임

이효영기자(생활산업부) hylee@sed.co.kr

[기자의 눈] 백화점업계의 제로섬 게임 이효영기자(생활산업부) hylee@sed.co.kr 이효영기자(생활산업부) 백화점업계의 제로섬 게임 “더 이상 동원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없습니다.” 소비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백화점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지금 소비심리는 IMF 때보다도 심각한 것 같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살리는 해법으로 백화점 차원의 마케팅은 백약이 무효”라며 한숨을 지었다. 백화점 관계자들이 한숨을 내쉴만도 하다. 가을세일 실적이 지난 추석에 이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실 백화점 업계는 이번 가을세일 동안 지난 추석 매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사은품은 기본이고 자동차 경품까지 내걸었고 세일 기간도 예년보다 5일이나 늘렸으며 1만원 균일가전, 절반가 상품전 등 가지각색의 미끼 상품전도 봇물을 이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백화점들은 18일 가을세일 매출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매출 감소세를 숨기기 위해 자료를 늦게 발표하는 식의 눈치작전을 벌이는 등 계속되는 마이너스 신장세의 무게를 부담스러워했다. 이쯤에서 할인점이라는 새 업태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백화점들이 무분별한 ‘미끼’식 경쟁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당해온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정기세일 외에도 숱한 사은품 증정행사, 특가행사 등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이 세일 기간이라고 백화점의 할인율을 믿을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자 백화점들은 수시로 구매금액의 7~10%에 해당하는 자사 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주는 상시할인 체제에 돌입해왔다. 한 백화점이 창립기념 사은행사를 벌이면 다른 백화점은 개별점포 창립기념 혹은 법인창립 기념, 점포 리뉴얼 기념 등을 갖다붙여 백화점들이 일제히 창립 기념 행사에 들어가는 코미디가 연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무차별적 출혈경쟁이 또 한차례 국내 백화점 업계에 구조조정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백화점 업계가 자금력이 탄탄한 업체 위주로 재편된 상태이기는 하지만 할인점ㆍTV홈쇼핑ㆍ인터넷쇼핑 등 다른 경쟁업태들이 유통업이라는 파이를 급속히 잠식해오는 현 시점은 백화점이 유통업의 핵심축이었던 환란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내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온 일본 백화점 업계도 6년 연속 매출감소를 겪으면서 올해로 개점 100주년을 맞은 미쓰코시백화점이 오사카ㆍ요코하마 등 4개 대형점을 내년 봄 폐쇄하기로 하는 등 처절한 생존경쟁이 한창이다. 백화점 업계가 소모적인 제로섬보다는 다른 업태와 경쟁할 수 있는 상호 윈윈전략을 개발, 꽁꽁 언 소비의 얼음장을 깨뜨리는 선두주자 역할을 해주기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 2004-10-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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