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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정현석은 암을 극복하고 그라운드에 복귀해 각계에 큰 감동을 안겼다. 지난해 말 위암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달 1군에 합류해 주전으로 뛰고 있다.
골프에도 암을 이겨낸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이민영(23). 공교롭게 이민영도 한화 골프단 소속이다. 지난 3월 대회 출전을 앞두고 배가 이상하게 아파 검사를 받았는데 신장암이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됐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민영은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누군가를 미워했던 것도 후회됐다”며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으니 평생 조심하면서 살라는 뜻으로 알고 생활하겠다. 나누는 삶을 살고도 싶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7월 이후에나 투어에 복귀할 것을 권했지만 이민영은 “몸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다”며 5월부터 뛰었다. 성적도 좋았다. 복귀 후 14개 출전 대회에서 톱10 진입률이 50%다. 지난달 보그너MBN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2위였다. 마지막 날 주춤해 공동 4위로 마쳤지만 우승이 머지않았음을 알렸다. 당시 “우승하면 할 얘기가 많다”고 했던 이민영은 다시 한 번 이야기보따리를 풀 기회를 잡았다.
이민영은 11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파72·6,714야드)에서 계속된 이수그룹 제37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우승 1억4,000만원)에서 버디 8개로 하루에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첫날 2언더파 공동 21위였던 이민영은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와 함께 공동 선두(오후4시 현재)로 나섰다. 10번홀(파4) 버디로 출발한 이민영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잡고 후반에도 버디 3개를 추가했다.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길었지만 16m짜리 버디 퍼트가 들어갔고 7번(파4)과 9번홀(파5)에서는 같은 거리(92야드)에서의 어프로치 샷을 똑같이 핀 50㎝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민영의 날이었다.
경기 후 이민영은 “샷 정확도가 높으면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코스다. 느낌이 좋다”면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승 여부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달아난다. 잡으러 따라다니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 뒤) 삶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바뀌었다.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보내자고 생각한다”며 “조바심내봤자 나만 스트레스받는다. 하루 못 치는 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이번 주 우승하면 이민영은 통산 4승이자 메이저대회 첫 승을 거둔다.
상금랭킹 2위 조윤지와 3위 이정민(23·비씨카드)의 반등도 눈길을 끌었다. 조윤지는 버디 7개로 7타를 줄여 선두로 뛰어올랐고 이정민도 버디 8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아 2라운드 합계 7언더파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주 올 시즌 첫 컷오프의 충격을 겪었던 조윤지는 “당시 첫날 많은 타수를 쳐 둘째 날은 이번 대회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이것저것 연습했다. 이번 대회 들어 쇼트게임이 좋아진 이유”라며 “우승했을 때의 감보다 지금의 감이 더 좋다”고 밝혔다. 최근 2개 대회에서 컷오프에 기권까지 했던 이정민도 “퍼트가 좋지 않았고 스윙 리듬도 나빴는데 오늘에야 퍼트 감을 찾았다. 충분히 우승 경쟁을 해볼 만하다”고 했다. 정예나(27)가 8언더파 단독 3위에 올랐고 1라운드 단독 선두 최혜정(24)은 2타를 잃어 4언더파 10위권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