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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수년간의 칩거를 끝내고 지난해부터 다시 바이올린을 잡은 유진박의 공연활동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소속사를 바꾸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시작하자 억눌렸던 그의 음악적 재능이 다시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소속사를 바꾼 것은 10개월 전. PD출신으로 음악적 소양이 풍부한 엄덕영 스마프대표를 만나면서 그가 꿈꾸던 제2의 전성기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잡은 그는 줄리어드에 진학했고,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학부를 졸업하는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4현 위에서 파가니니와 브루흐, 멘델스존, 사라사테, 크라이슬러를 불러 내던 그의 활은 15살 때 전향을 선언했다. 얼터너티브 계열의 너바나, 신들린 재즈 곡들을 울려 제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 또 한번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한국무대 데뷔 초기 김덕수 사물놀이패와의 협연에서 한국적 리듬과 비트를 맛 본 그가 국악 전문가인 엄덕영 대표를 만난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몰랐다. 이를 입증하듯 그의 새 음반에는 강원도아리랑에서 국악과 매칭한 애국가까지 양(洋)의 동서를 크로스 오버(Cross Over)하는 곡들이 들어있다.
그는 이 같은 현재의 음악활동에 대해 모처럼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엄대표와 함께 한지 10개월 됐어요. 그 사이 녹음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하고 라이브 콘서트도 하면서 지냈죠. 엄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게 해 줘요. 요즘 뮤지션으로서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드는 게 정말 행복해요."
그의 말처럼 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는 엄대표는 유진 박의 음악적 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 콘서트 위주로 공연 기획을 하고 있다.
유진은 최근 SBS 다큐 프로그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14세 시각 장애인 소녀를 만나 멘토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몇 차례 만남을 통해 개인 지도를 하고, 지난달 13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르기도 했다.
그가 이처럼 작곡을 비롯한 앨범 작업, 콘서트, 방송활동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인기를 되찾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저도 노력해야 하는데… 요즘 고민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느냐예요. 그래서 연습도 많이 하고 있어요."
유진 박은 인터뷰 내내 '인기'라는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예전의 명성과 대중의 관심이 그리운 듯 했다.
그런 그의 속내는 팬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공연이 끝나 몸은 녹초가 됐지만 자신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 한 명 한 명에게 끝까지 자필 사인을 해주는 것이다. '사람냄새'가 무척이나 그리웠던 유진 박은 이렇듯 팬들과의 소통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다.
취재를 마무리 지으면서 그에게 꿈을 물었더니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 더 좋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존경 받고 싶어요."
거창한 답을 기대했던 기자에게는 싱겁고 어눌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은 현란한 수사나 언변 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오는 14일 오후 8시 강남구 청남동 비하이브(BEHIVE) 카페에서 '2012 유진박 발렌타인 콘서트'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