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절대적인 유치 규모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고용ㆍ지역경제ㆍ신기술 이전 등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질 높이기'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FDI는 130억달러(신고액 기준)로 지난 2004년(128억달러)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 더욱이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 도착액을 보면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감소세다. 신고액의 절반 정도만 실제 유입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는 신고액은 130억달러였으나 실제 유입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54억달러에 그쳤다. 전세계 FDI 순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34위(UNCTAD 집계)에 그치고 있다. 경제규모 등을 감안한 잠재력은 16위 정도로 파악되고 있지만 노사 및 남북관계 리스크, 각종 제도적 장벽 등으로 FDI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14일 정부가 내놓은 '제2차 외국인투자 3개년 계획'의 초점은 인센티브 차별화다. '일단 유치하고 보자'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용창출이나 신기술 이전 등 경제 기여도가 높은 분야와 기업에 대해 보다 집중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혜택을 차등화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일정액 이상을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에는 조세감면과 입지 및 현금지원 등 크게 세 가지의 혜택이 주어진다. 조세는 제조업 기준으로 3,000만달러(1,000만달러) 이상 투자할 때는 7년(5년)간 법인세가 최대 90%까지 감면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감면기준은 50~70%로 하되 나머지 20%는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주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정부는 앞으로 기본 감면기준은 낮추는 대신 차등화 부분은 더욱 확대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외투기업의 투자금액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 감면대상인 고도기술사업(서비스업 포함 660개)도 녹색성장과 융합산업 등 국가전략과 기술발전 추세를 고려해 조정하고 이미 상용화된 기술은 과감히 정비해 그 수를 줄이기로 했다. 국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 들어오는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또 현재 단지형ㆍ개별형ㆍ서비스형 등으로 나뉜 입지지원 운영체계도 앞으로 단순화해 큰 규모의 글로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개별형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국가가 토지를 매입해 단지를 조성한 후 임대하는 방식에서 앞으로는 외투기업의 임대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아울러 외투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현금지원 전체 규모를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는 24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주로 정부가 추진 중인 10대 신성장동력 분야나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서 유치 협상력을 보다 높이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