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한은 대 일은

張麟泳 국제부차장올들어 일본 금융계의 구조조정이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와 은행이 잇달아 쓰러진데 이어 올들어서는 대규모 은행들의 합병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조만간 보험권의 구조조정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금융권의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지난해말 미 시사주간지인 타임은 2002년 월드컵축구 공동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금융구조개혁 부문에서는 7대 0으로 한국이 크게 앞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금융계의 구조조정이 더뎌도 근본적인 문제들을 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이다. 일은은 지난달 29일 오사카를 제외한 일본내 32개 지점장 사택을 모두 매각하는 등 보유자산을 처분하는 내용의 경영구조 조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직원의 복리후생시설로 보유하고 있는 전국 13개소의 휴양시설과 2개의 운동장을 내년까지 모두 폐쇄, 매각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점장사택은 임대아파트로 대체할 방침이다. 골프 회원권도 연내에 남은 것을 모두 처분키로 했다. 이에 앞서 올연초 일은은 미국 맥킨지사에 경영컨설팅을 의뢰, 여름까지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대대적인 조직 및 업무개편을 단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은이 외국기업에 경영 전반에 관한 컨설팅을 맡긴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로 받아지고 있다. 이를두고 『일은이 그 동안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일은의 자기혁신 노력은 자발적이기 보다는 일은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압력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도쿄 국세국은 그동안 성역시되어온 일은에 대한 본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간부들의 호화 관사와 골프 회원권 등에 대한 탈세 여부, 임직원의 과다한 급여 수준 등이 조사 대상이다. 세무당국이 일은에 매스를 가하는 것은 117년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일은에 검찰이 들이닥쳐 영업국 증권과장을 향응사건과 관련구속하고 각 사무실을 뒤져 각종 서류를 압수해 가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의회에서는 「총리관저보다 더 넓은 관사」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일은에 대한 압박에는 『일은이 대장성과 함께 일본의 거품 붕괴를 방치해 오늘날의 경기침체를 부른 주범』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금융구조조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책임 추궁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 또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않는 무감각한 임직원들에 대한 비난이기도 하다. 한 전직 일은 임원은 일은지점장들이 호화저택에 살고 있는 것과 관련, 『통화정책의 파수꾼으로서 금융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일은이 서민의 금전감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사회의 상식에서 괴리되지 않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가지 면에서 일은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한국은행도 최근 인원감축과 골프회원권 매각을 발표하는 등 구조조정의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은행, 증권 부문이 「한·일 금융구조조정 시합」의 예선전이었다며 중앙은행의 구조조정은 결승전으로서의 무게를 지니게 마련이다. 과연 한은 대 일은의 구조조정게임의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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