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강모(55)씨 등 동일방직 전 노조원 1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각각 1,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했다고 3일 밝혔다.
중앙정보부는 1978년 동일방직 노조의 와해 및 활동 방해에 적극 개입했고, 결국 조합원 124명이 해고됐다.
중앙정보부는 해고자들 명단을 취합해 이른바 ‘블랙 리스트’를 작성한 뒤 이를 전국 사업장에 배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10여년 이상 다른 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는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2001∼2004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노조 활동과 관련해 해직된 것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요건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았고 생활지원금 5,000만원을 지급받았다.
민주화보상심의위는 그러나 블랙 리스트 작성·배포로 취업을 못하게 된 피해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0년 6월 동일방직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자 피해자들은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데 동의했다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해고 개입행위와 취업방해 행위로 인한 해직기간은 중첩되는 만큼 보상금 지급으로 이를 모두 보상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면서 “취업방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파기자판(하급심 판결을 파기한 뒤 원심 재판부에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는 것)을 통해 청구인들의 소를 각하했다.
한편,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못 받은 피해자 6명의 청구에 대해서는 각각 1,000만∼2,000만원의 국가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는 과정에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