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실험현장 포착등 가능성 증폭…대책마련 시급
지난 11일 발생 사건을 계기로 테러 전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특히 대규모로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에 대한 우려가 미국내에서 높아가고 있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생화학무기에 대한 공포는 11일 세계무역센터(WTC) 테러 이후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테러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화학무기 실험을 했다는 증거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
정보 당국은 위성을 통해 라덴이 개를 이용, 생화학 실험을 한 현장을 촬영했다. 또 디트로이트에서 검거된 테러용의자도 대규모 인명살상이 가능한 화학물질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이라크ㆍ리비아 등의 국가도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이미 미국내 대규모 테러 가능성을 예견한 테러방지 국가위원회 폴 브레머 의장은 "이제 생화학을 동원한 테러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생화학 테러에 대한 대책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최근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탄저병, 천연두를 퍼뜨리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대한 백신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군인들 중에도 이 백신을 지급 받지 못한 사람이 상당수에 달하며, 일반인들은 그 어디에서도 사실상 구하기가 어렵다. 생화학 공격에 일반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음이 현실인 것이다.
이와 함께 생화학전을 비롯한 재난 발생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해 논 의약제품에 대한 관리도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미 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비상 의료품 가운데 20% 가량을 보관하고 있는 한 창고의 온도는 백신이나 의약품을 보관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수준보다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대와 구조대는 생화학을 이용한 테러에 대항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장비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내 3만2,000여개의 각 소방소에는 생화학 물질을 걸러낼 수 있는 방독면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 시설도 부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특히 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보다 그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생물학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한 방어가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피해는 화학무기 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생물학무기는 초기 열, 감기 등의 증상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확산, 테러 사실이 밝혀지는 시점에서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에 따라 생화학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연간 110억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각종 가능성 있는 테러에 대한 대책마련에 미흡한 정부조직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조국안보국(Office of Homeland Security)'을 신설하면서 그 동안 연방 수사국(FBI) 등에 흩어져 있던 대테러 방지 활동을 한 곳에 집중시키겠다는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테러 예방을 위한 각종 활동 뿐만 아니라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 백신 등 관리 의약품 및 장비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