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밀어내고 금융사에 계속해서 안착…‘신흥 시어머니’로 자리
감사원에는 대통령의 지시도 그리 약발이 없는 듯하다.
정권 초 각종 인사 잡음에 신경을 못쓰고 있는 틈을 노린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누차에 걸쳐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감사원 출신의 금융회사 감사 임명이 계속되고 있다. 감사원 출신이라고 무조건 막을 일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을 막으니 감사원이 살맛 났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쯤 되면 ‘신흥 시어머니’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2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산하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9일 감사원 감사교육원 국장 출신의 황상길씨를 상근감사로 임명했다.
1980년 감사원에 들어간 황씨는 감사원 자치행정감사본부와 공공기관감사국 등에서 일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감사관을 지냈다.
KB 측은 이에 대해 “상근감사가 4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교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부동산신탁에서 반대로 감사원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출신의 금융회사 진출을 막으면서 감사원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감사원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금융권 업무에까지 전문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원의 금융권 진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 10월 말까지 감사원 퇴직자 23명(취업승인신청 기준) 중 60%인 14명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이중 12명이 감사 자리에 들어갔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퇴직자의 30%인 9명만이 재취업했던 것과 비교하면 ‘살판이 났다’라는 말이 정로 나온다.
감사원 감사를 받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을 중심으로 감사원 출신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감사원에서 제2사무차장까지 지낸 김용우씨가 지난 2011년 3월부터 상근 감사를 지내고 있다. 외환은행도 공직감찰본부장을 지낸 신언성씨가 감사에 있다.
보험사를 포함한 2금융권에는 더 많다. 특히 보험사는 이제 감사원 출신 ‘감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감사원에서 제2사무차장을 지낸 문태곤씨는 삼성생명 상근감사에 올라 있다. 김판현 KDB생명 감사와 김시관 흥국화재 감사, 원정희 NH손해보험 감사도 감사원 출신이다. 삼성카드의 정태문 감사도 감사원에서 공공기관감사국장을 역임했다.
공직 사회에서는 최근 ‘감사원’을 제어할 집단이 없다고 말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공직자들이 대형 로펌이나 금융사에 취업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별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고 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개인별로 전문성이 있을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지만 권력기관에서 금융사 감사로 나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며 “공직사회에서 최근 감사원을 제어할 집단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