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부동산신탁' 제동"직접개발아닌 단순 대출형식 곤란" 재검토 요구
국민은행이 은행권 중 처음으로 시판에 나선 부동산투자신탁이 고객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끌면서 조흥·하나은행 등 여타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부동산신탁 상품을 개발, 금감원에 상품승인을 요청하는 등 서둘러 시판준비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일부 은행이 제출한 부동산신탁 상품내용이 부동산의 직접 매입개발보다는 단순히 건설회사에 대한 대출형태를 띠고 있다며 재검토할 것을 요구, 최종 시판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9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 7월 말부터 4차례에 걸쳐 판매한 부동산투자신탁 펀드가 발매와 동시에 전액 마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에 자극받은 여타 은행들도 잇따라 부동산투자신탁 시장진출을 추진하고 나섰다.
조흥은행의 경우 이미 자체적으로 부동산신탁상품 개발을 완료해 금감원에 승인을 요청해놓은 상태이고 하나은행 역시 상품개발을 마치고 금감원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빛 등 여타 은행들도 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잇단 부동산투자신탁 시장진출 추진에 대해 『어느 한 은행의 신탁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다른 은행들이 무작정 이를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제 일부 은행의 상품내용을 살펴보면 부동산신탁의 기본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단순 대출상품에 불과한 측면이 많아 승인을 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어차피 상품내용이 금전신탁과 유사한 단순대출 형식을 띠고 있다면 차라리 부동산투자신탁보다는 단위형 신탁 등의 형태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은행들은 세법개정 등이 이뤄지기 전에는 대출형식의 상품판매가 불가피한데다 이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민은행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진우기자RAIN@SED.CO.KR
입력시간 2000/09/0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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