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소재 민간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일본·호주 안보협력:전망과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긴장이 역사적으로 긴밀한 안보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막아 한미일 삼각협력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며 "지난해 12월29일 서명된 한미일 정보공유 협정에도 3국이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정학적 논리에 기반해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질적인 정책으로 진전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스팀슨센터는 안보문제를 주로 다루는 워싱턴 소재 지일파 민간 연구소로 알려진 곳이다.
보고서는 국제분쟁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 등을 위해 호주와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미일호는 2006년 삼각협력대화(TSD)에 합의한 후 미일, 미호 간 강력한 양자관계를 바탕으로 역내에서 가장 발전된 삼각 안보협력 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는 냉전 종식 이후 급격히 발전한 일본과 호주 간 협력관계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와 달리, 미일호 관계는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존중, 자유무역, 국제분쟁의 평화로운 해결, 항행의 자유를 위한 삼각협력 틀을 만들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미일 동맹 주도로 전개되는 아태 안보질서 재편 논의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본은 곧 체결될 미국과의 방위협력 지침 개정을 통해 미일 동맹의 역내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호주와 인도를 편입시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안보협력 틀을 구축하려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는 일부 일본 극우학자들과 미국 지일파 학자가 "한국이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며 "안보질서 재편 논의 과정에서 한국을 굳이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도 같은 맥락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이 주최한 미일관계 세미나에서도 일본 측 참석자들은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보다 '한국 배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고 미일호 삼국 안보 대화에 한국을 포함하자는 제안에 대해 "한국과는 공통분모가 별로 없는데다 3자 협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