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국산 쇠고기 판매 '눈치작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더니…아니네” 최근 미국산 쇠고기 판매 이후 잇단 곤욕을 겪고 있는 롯데마트 측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3년 12월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격 중단된 지 3년7개월여 만에 국내 대형 할인점으론 가장 먼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했다. 지난 13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미국산 쇠고기는 3일만에 20톤이 팔려나가 총 4억5,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19일 추가로 들여온 50톤의 냉장육은 나흘 만에 모두 동이 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가도 톡톡히 치렀다. 판매 첫날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반대하는 시민 단체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쇠똥을 뒤집어써야 했고 서울역점을 비롯해 전국 7곳의 매장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중단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18일에는 목살을 등심으로 속여 팔았다는 ‘가짜등심’ 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롯데마트가 먼저 맞는 매를 선택한 데에는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합법적으로 재개된 만큼 이 같은 행동이 문제될 건 전혀 없다. 그러나 아무리 합법적으로 문제 없는 상품을 들여 왔더라도 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겠다고 먼저 나선다면 분명 일부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힐 게 뻔한데도 이를 외면한 결과 일부 매장까지 시위대가 진입하면서 판매가 한시간만에 중단되는 사태를 야기했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을 헛걸음하게 만들었다. 또 쇠고기의 척아이롤(알목심살) 부위를 윗등심으로 표기해 판매했을 때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소지는 없는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이제 롯데마트에 이어 다른 할인점들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판매시기를 놓고 서로 눈치만 보던 초기와 달리 먼저 매를 맞아준 롯데마트 덕분(?)에 판매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 오는 8월9일 대형 유통업체들이 동시에 판매하겠다던 당초 입장과 달리 이마트는 26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홈플러스와 홈에버 등 다른 할인점들의 판매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기왕에 전 국민의 관심사인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결정한 이상 판매업체들도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