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고위직 여성이 흔한 사회를 위해


세상의 반이 여성인데 사회활동 중 만나게 되는 고위직 여성은 정말 소수이다. 공공기관이건 일반 기업이건,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황은 비슷하다. 중앙행정기관의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여성은 4%가 채 되지 않고 여성 임원이 가장 많다는 대기업조차 그 수는 2%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계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여성은 18명(3.6%)밖에 안 되는데도 사상 최대라고 하니 고위직 여성은 직장에서만큼은 심각한 마이너리티(minorityㆍ소수자집단)다.

남녀 교육의 기회가 평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여성 리더가 부족한 이유는 취업에서 승진ㆍ장기근속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탈락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를 성적과 스펙만으로 줄 세우면 여자를 더 많이 뽑아야겠지만 뽑아놓았을 때 제대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남자이고, 오래 일할 사람도 남자"라는 고백을 종종 한다.


직장에서 여성인력 채용을 망설이거나 임원으로 승진시키지 않는 배경에는 여성들에게 충성심이 부족하고 이기적이며, 직업의식이 부족해 개인적 사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들은 때때로 남성들보다 더 감정적이며 리더십ㆍ도전정신ㆍ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여성, 회사 충성심 부족" 편견 팽배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이 오해인지 사실인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를 따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일하면서 탁월한 능력을 지녔으며 충성심이 높고 헌신적인데다 리더십까지 갖춘 훌륭한 여성 인재들을 많이 봐왔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법조인ㆍ의료인 등 개인의 역량이 중시되는 전문직 영역에서 여성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일반 기업, 공공기관 등 조직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체제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성공에 제약이 많다. 이를 보면 여성이 사회생활에서 어떤 취약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기존의 편견을 이겨내야만 입사ㆍ승진이 가능한 곳에 여성이 극소수인 것은 어느 정도 환경적인 탓이라 하더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만 있으면 설립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서 여성 창업자ㆍ인력의 비중이 극히 적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국내 1,000여 코스닥 기업에도 여성 CEO는 10명 정도이며 직접 창업해 기업공개(IPO)까지 이룬 사람은 서너 명에 불과하다. 정말 여성에게는 모험과 도전의 DNA도 부족한 것일까.

그러나 필자의 사회경험으로 보면 취업이건 창업이건 모든 환경에서 남녀의 본질적 차이를 넘어서는 인식과 관습의 틀이 분명 존재한다.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프레임 속에서 위에 언급한 약점들을 해명할 기회를 갖기 힘들고 남녀가 함께 부담해야 마땅한 부분, 예를 들어 출산ㆍ육아ㆍ가사 등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여성인력들은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면서까지 일을 지속할 만큼 공평한 평가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제 능력을 펼치지 못한다는 자괴감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중간에 그만두고 있다.

가사 분담 선행이 직업의식 높여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 모두는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빠른 변화를 위해서는 남녀 모두에게 뼛속 깊이 박힌 기본 생각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인식의 변화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 소통, 합의, 교육, 정책 수립ㆍ실행 등이 계속적으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물론 여성들도 자신의 직업이 '아이와 가정 때문에 언제라도 때려치울 수 있는 임시직'이 아님을 인식하고 가정 못지않게 일도 평생에 걸쳐 몰입해야 한다는 소명의식 정도는 확실하게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남녀의 동등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큰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남녀의 행복한 동행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