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본 대지진] "격납건물 안전성 취약한 비등수형로 방식이 화 키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문가, 분석냉각기 고장나면 압력 못견뎌<br> 격납용기 손상 핵연료 누출땐 전체 물로 채우는게 최후 수단<br>국내 원전도 비상전력 확충등 사고 가능성 철저 대비해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1ㆍ3호기에 이어 2ㆍ4호기가 15일 잇따라 폭발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2호기는 원자로를 덮고 있는 내부 격납용기가 손상을 입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대량으로 유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원전 건설 안전기준을 훨씬 웃도는 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에 의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지만 일본이 안전성보다는 효율을 중시해 선택한 '비등수형로(BWR)' 방식이 지닌 약점이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진단했다. ◇안전 취약한 비등수형로가 문제 키워=후쿠시마 원전 1~4호기는 비등수형로 방식이다.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 뒤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한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 대부분은 가압수형로(PWR) 방식이다. 핵분열로 발생한 열로 끓인 물을 원자로 밖 증기발생기로 빼내 수증기를 만든다. 비등수형로는 증기발생기를 따로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 비용이 가압수형로에 비해 저렴한 반면 효율도 5%가량 높다. 하지만 비등수형로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containment structure)를 보호하는 격납건물(reactor building)이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다. 냉각시스템이 고장 나 수소가 대량 발생, 격납용기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붕괴 위험이 있어 수소를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격납건물은 이 수소가 공기 중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차폐하는 역할을 한다. 3호기의 경우 지진 발생 초기 원자로 내 압력이 높아지자 수소를 밖으로 빼냈는데 격납건물도 높아진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파괴됐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바닷물을 집어넣어도 원자로가 식지 않아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터빈 쪽으로 나가는 밸브를 열어서 수증기를 밖으로 빼주면 되는데 격납건물이 이미 붕괴돼버려 일본 정부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며 "격납용기가 쉽게 파괴되지는 않겠지만 원자로 내 압력이 더 높아져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격납용기가 손상돼 녹은 핵연료가 밖으로 새어나가 대규모 방사성 물질의 대기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원자로 내 수증기를 계속 빼주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것이다. ◇국내 원전도 비상 전력 시스템 등 강화해야=하지만 상황은 이미 격납용기도 손상을 입는 등 겉잡을 수 없는 상태로까지 진행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제1원전 2호기의 경우 '서프레션 풀(surpression poolㆍ압력억제 풀)'이라고 불리는 원자로를 덮은 격납용기와 관련된 설비에 손상이 발생했다"면서 "1~3호기 모두 노심 용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핵분열이 실제 일어나는 원자로를 싸고 있는 압력용기(reactor press vessel)는 '건조우물(dry wellㆍ드라이웰)'이라고 하는 격납용기 안에 설치된다. 드라이웰은 압력용기가 파손돼 고온ㆍ고압 증기가 분출했을 경우 이것을 응축시켜 압력을 억제하는 서프레션 풀과 결합된다. 이 서프레션 풀이 손상됐다는 것은 격납용기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이는 곧 방사성 물질 봉쇄가 충분하게 기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의 경우 노심 용해로 액체로 변한 핵연료가 손상된 격납용기를 뚫고 흘러나와 공기 중으로 방사성 물질이 대거 유출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방인철 울산과기대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최후의 수단으로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넣을 수도 있지만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가 더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 사고를 보면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사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가압수형로가 비등수형로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압수형로는 내부 압력이 비등수형로보다 더 높은데다 배관이 복잡해 지진 충격에 손상될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도 지진에 따른 직접 피해보다는 전력공급 이상으로 냉각시스템이 문제를 일으켜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에서 비상 전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대부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에 설계돼 안전성 면에서 미국이나 일본보다 낫지만 항상 유비무환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면서 "비상 전력 시스템으로 디젤 발전기와 충전기 등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사고 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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