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듣고싶은 재계 수장 목소리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층 기자실은 한산하기만 하다. 과거 정주영ㆍ최종현ㆍ김우중 회장 등 재계의 '내로라' 하는 오너 회장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적막한 기자실과 대조적으로 지난 25일 오후 신라호텔 로비는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개월 만에 전경련 행사인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회장 중 유일하게 이날 회의에 나온 이 회장을 두고 세간에서는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나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그야말로 순진한 억측이다. 이 회장은 신년인사차 나왔을 뿐이다.
이번 회의에서 재추대돼 3연임을 하게 된 강 회장은 인품으로 보나 재계 경력으로 보나 회장직을 수행하기에 큰 결격사유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30대 그룹에도 들지 못하는 '온화한 성품'의 중견기업 회장을 다시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한 '재계의 몸사리기'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구심점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정경유착의 파트너로 지탄받기도 했지만 한국경제의 견인차인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경제성장을 이끄는 한 축을 담당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던 전경련이 참여정부 들어 정책파트너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반기업'의 목청이 높아지는 것에 반비례해 전경련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보다 못해 대한상의 회장이 '쓴소리'를 자청하고 나섰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정치ㆍ사회 각 분야에선 여전히 재계에 대해 '양보'만을 요구한다. 그 사이 일본과 중국 경제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고난의 시기를 슬기롭게 넘기자는 '본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엎드려 있는 전경련'을 마냥 바라보기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다음달 9일이면 31대 전경련 회장이 공식 추대되고 새 임기가 시작된다. 누가 되든 할 말을 하는 재계 수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입력시간 : 2007/01/29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