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복면 달호'

'복면 달호'는 오직 관객을 즐겁게 해 주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다. 무명 록가수가 복면을 쓰고 트로트 가수로 성공한다는 기발한 설정에 코미디언 이경규의 제작, 역시 코미디라면 일가견이 있는 차태현 주연, 게다가 최근 코믹 코드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임채무까지 가세했다. 관객에게 충분한 웃음을 줄 수 있을 만한 진용이다. 지방의 나이트 클럽의 록가수 봉달호(차태현)가 주인공. 신인 발굴차 우연히 나이트클럽에 들린 연예 기획사 사장 장사장(임채무)은 그에게서 천부적 가수의 자질을 발견한다. 장사장의 꼬임에 들어 지방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온 달호. 그런데 알고 보니 장사장의 '큰소리 기획'은 트로트가수 전문 기획사였다. 이미 사인한 계약서 때문에 달호는 마지못해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본격적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이 시작되고, 이 과정에서 동료가수 차서연(이소연)과의 핑크빛 로맨스도 시작된다. 이윽고 우여곡절 끝에 데뷔의 기회가 찾아 온다. 데뷔 무대에서의 작은 해프닝으로 얼떨결에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하게 된 달호. 그런데 그 '복면 컨셉'은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얻게 되고 그는 순식간에 전국적 스타가 된다. 흥미로운 설정과 귀에 착 감기는 트로트 음악에 배우들의 코믹연기가 어우러져 영화는 제법 웃음이 난다. 특히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에 출연함에도 특유의 말랑말랑한 이미지로 여전한 코믹 연기 실력을 보여주는 차태현의 고군분투가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만족감은 여기까지. 영화는 신분을 숨기고 스타가 된 가수라는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 비슷한 설정의 '미녀는 괴로워'가 큰 줄기의 이야기에 정체성 문제, 외모 콤플렉스, 성형 등 여러 다층적 이야기를 버무려 가슴 찡한 영화로 만들어낸 데 비해 '복면 달호'는 이를 단지 몇몇 코믹 에피소드를 위한 해프닝으로 삼는 데 그친다. 때문에 '복면 달호'는 '미녀는 괴로워'보다 한결 가벼워 보인다. 달호와 차서연의 로맨스 부분도 아쉬운이 남는 대목. 이들의 멜로 코드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에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며 내내 헛돈다. 특히 후반부 달호가 차서연으로 인해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진부한 이야기 구성으로 인해 영화 전체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