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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 돈ㆍ물ㆍ배ㆍ사람이 넘쳐나는 이 도시의 홍등가 한켠에 있는 '인드라'라는 작은 클럽. 영국 출신 더벅머리 총각 4명은 신들린 듯 연주한다. 이들에게 1만시간의 실전무대를 제공해 훗날 세계적인 밴드 '비틀스'를 탄생시킨 인큐베이터가 함부르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독일 여행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노이슈반슈타인 같은 남부 독일의 고풍스러운 중세의 고성(古城)이다. 하지만 같은 중세 도시라도 상업이 발달했던 북부의 정취는 남부와 사뭇 다르다. 특히 한자(Hansa)동맹으로 유명한 함부르크ㆍ브레멘ㆍ뤼베크 같은 도시는 북해와 발트해에 접해 있어 외부로부터의 신문물을 받아들여 기존 문화와 융합시키며 개방성과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면모를 현대까지 이어오고 있다. 북부 독일의 문화적 개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비틀스다. 무명의 비틀스 같은 뮤지션들도 몰려와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할 만큼 사람이 몰리고 문화와 경제가 융성한 곳, 이곳이 함부르크다. 함부르크에는 상업으로 이룬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세워진 위대한 유산들이 거리 곳곳에서 넘실댄다.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시청사. 낭만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동상이 비껴서 있는 시청사는 지난 1800년대에 건립됐다.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이 건물은 함부르크의 마스코트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년 내내 행사가 열려 도시의 흥을 돋운다. 그러나 시청사 앞 한켠에는 거무튀튀한 거대한 석조상이 아픈 독일의 현대사를 소리 없이 웅변한다. "4만명의 함부르크 아들들이 당신들을 위해 이곳에 잠들었다. 1914~1918." 시청사 앞 알스터호(湖)는 대도시에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선착장에는 유럽인들이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호수 주변의 저층 고급 호텔은 영화 '007 네버다이'의 배경이 됐을 만큼 유럽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지 관광 가이드가 꼽는 함부르크의 3대 관광 포인트는 시청사 외에 성미카엘교회, 함부르크항구다. 단순한 기하학적 미를 살린 유겐트 양식의 외관을 갖춘 성미카엘교회는 고딕 양식의 교회와 다른 인상을 풍긴다. 사탄을 깔아뭉개고 제압하는 용맹스런 천사를 머리에 이고 있는 교회 정문과 교회 뜰에 우뚝 서 있는 마르틴 루터 상은 독일 프로테스탄티즘의 엄숙한 이미지 그대로다. 그러나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크와 르네상스 양식이 어우러진 화려한 실내장식에 눈부실 정도다. 함부르크항 '란둥스브뤽켄'에서 관광 보트를 타면 1시간여 동안 함부르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아랍 부호가 지은 기하학적인 건물에서부터 고급 주택단지와 같은 풍광뿐 아니라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풍력발전기 등 역동적인 현대 함부르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함부르크시에서는 관광과 환경을 위한 '1석2조'의 정책으로 4,000여대의 대여 자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약 8유로만 내면 하루 종일 쓸 수 있다. 걷기에는 너무 넓고 차를 이용하기에는 야외 공기가 아까운 함부르크의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 교통편이다. 질 샌더, 요프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를 배출한 함부르크에서는 독일 다른 지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쇼핑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해 쇼핑 여건이 열악한 덴마크에서는 한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함부르크로 쇼핑올 정도다. 유럽 중심에 위치한 만큼 유럽 각지에서 수입한 온갖 브랜드와 독일 상품들이 총 9곳이나 되는 쇼핑 아케이드 내 상점에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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