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더벅머리 비틀스 키운 예술과 상업의 교차로

독일의 또다른 얼굴 함부르크<br>돈·물·배·사람 넘쳐나는 北歐 최대 항구도시<br>신르네상스 양식 돋보이는 市청사<br>기하학적 미 살린 성미카엘교회등<br>한자동맹의 위대한 유산 고스란히

영화 '007네버다이'의 배경이 된 저층 고급 호텔이 늘어선 알스토호(湖)의 전경. 함부르크 중심에 있는 이 인공호수는 도시의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당나귀ㆍ개ㆍ고양이ㆍ수탉이 층층이 올라타고 있는 형상으로 유명한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 동상.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화려하게 지어진 함부르크 시청사.

알스터호숫가에서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는 유럽인들도 함부르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북유럽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 돈ㆍ물ㆍ배ㆍ사람이 넘쳐나는 이 도시의 홍등가 한켠에 있는 '인드라'라는 작은 클럽. 영국 출신 더벅머리 총각 4명은 신들린 듯 연주한다. 이들에게 1만시간의 실전무대를 제공해 훗날 세계적인 밴드 '비틀스'를 탄생시킨 인큐베이터가 함부르크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독일 여행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노이슈반슈타인 같은 남부 독일의 고풍스러운 중세의 고성(古城)이다. 하지만 같은 중세 도시라도 상업이 발달했던 북부의 정취는 남부와 사뭇 다르다. 특히 한자(Hansa)동맹으로 유명한 함부르크ㆍ브레멘ㆍ뤼베크 같은 도시는 북해와 발트해에 접해 있어 외부로부터의 신문물을 받아들여 기존 문화와 융합시키며 개방성과 생동감 넘치는 도시의 면모를 현대까지 이어오고 있다. 북부 독일의 문화적 개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비틀스다. 무명의 비틀스 같은 뮤지션들도 몰려와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할 만큼 사람이 몰리고 문화와 경제가 융성한 곳, 이곳이 함부르크다. 함부르크에는 상업으로 이룬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세워진 위대한 유산들이 거리 곳곳에서 넘실댄다.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시청사. 낭만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동상이 비껴서 있는 시청사는 지난 1800년대에 건립됐다. 신르네상스 양식으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이 건물은 함부르크의 마스코트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년 내내 행사가 열려 도시의 흥을 돋운다. 그러나 시청사 앞 한켠에는 거무튀튀한 거대한 석조상이 아픈 독일의 현대사를 소리 없이 웅변한다. "4만명의 함부르크 아들들이 당신들을 위해 이곳에 잠들었다. 1914~1918." 시청사 앞 알스터호(湖)는 대도시에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선착장에는 유럽인들이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호수 주변의 저층 고급 호텔은 영화 '007 네버다이'의 배경이 됐을 만큼 유럽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지 관광 가이드가 꼽는 함부르크의 3대 관광 포인트는 시청사 외에 성미카엘교회, 함부르크항구다. 단순한 기하학적 미를 살린 유겐트 양식의 외관을 갖춘 성미카엘교회는 고딕 양식의 교회와 다른 인상을 풍긴다. 사탄을 깔아뭉개고 제압하는 용맹스런 천사를 머리에 이고 있는 교회 정문과 교회 뜰에 우뚝 서 있는 마르틴 루터 상은 독일 프로테스탄티즘의 엄숙한 이미지 그대로다. 그러나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크와 르네상스 양식이 어우러진 화려한 실내장식에 눈부실 정도다. 함부르크항 '란둥스브뤽켄'에서 관광 보트를 타면 1시간여 동안 함부르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아랍 부호가 지은 기하학적인 건물에서부터 고급 주택단지와 같은 풍광뿐 아니라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풍력발전기 등 역동적인 현대 함부르크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함부르크시에서는 관광과 환경을 위한 '1석2조'의 정책으로 4,000여대의 대여 자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약 8유로만 내면 하루 종일 쓸 수 있다. 걷기에는 너무 넓고 차를 이용하기에는 야외 공기가 아까운 함부르크의 관광객들에게 안성맞춤 교통편이다. 질 샌더, 요프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를 배출한 함부르크에서는 독일 다른 지역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쇼핑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강해 쇼핑 여건이 열악한 덴마크에서는 한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함부르크로 쇼핑올 정도다. 유럽 중심에 위치한 만큼 유럽 각지에서 수입한 온갖 브랜드와 독일 상품들이 총 9곳이나 되는 쇼핑 아케이드 내 상점에 꽉 차 있다.
메르헨 街道 곳곳엔 그림형제의 흔적이…
기차로 1시간 가면 '동화속 古都' 브레멘 함부르크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근 관광지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메르헨 가도(街道)'의 종착점인 브레멘이다. 기차로 왕복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부지런한 관광객이라면 반나절 만에도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좀더 여유를 가진다면 동화 속에 나올 듯 아기자기한 중세 도시 브레멘을 골목골목 음미할 수도 있다. 메르헨은 독일어로 동화라는 뜻이다. 독일의 언어학자인 그림(Grimm) 형제가 전래 동화들을 수집, 명작 동화로 재탄생시켜 유명세를 타면서 그림 형제의 생애와 동화 속 무대를 따라 개발된 관광 코스가 '메르헨 가도'다. 그림 형제의 '브레멘 음악대' 동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음악대 단원들인 당나귀ㆍ개ㆍ고양이ㆍ수탉이 층층이 올라타고 있는 형상으로 더 유명하다. 이 동상은 브레멘 시청사 북서쪽의 다소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서 있는데 어김없이 이를 찾아낸 관광객들은 동물들의 깜찍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인증 샷'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브레멘 음악대의 줄거리는 주인에게 학대받고 버림받은 동물들이 도둑들이 차지한 집에 우연히 들어가 동물탑을 쌓아 거대한 기인의 모습을 만들어내 도둑들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억압받은 이들이 연대의 힘으로 자유를 쟁취한다는 동화답지 않은 주제의식이 담긴 이 동화의 배경이 브레멘인 것은 우연일까. 브레멘이 중세시대 귀족으로부터의 경제ㆍ정치적으로 자유를 위해 뭉친 한자동맹의 주요 도시 중 하나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답은 나온다. 브레멘 구시가 곳곳에서 중세 상업도시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구시청사 앞 마크르트광장에 5.5m 높이로 우뚝 서 있는 롤랜드 상이 눈길을 끈다. 한자동맹의 수호신으로 세워진 이 석상은 법의 통치를 의미하는 긴 칼을 들고 있다. 이 거대한 석상 앞에 서면 중세 독일인들이 한자동맹 도시의 자유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느껴진다. 롤랜드 상이 위치한 마크르트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구 시청사와 성페트리교회는 1,200년 고도(古都) 브레멘의 얼굴이다. 구 시청사와 롤랜드 상은 수호신의 신통력이 발휘된 덕분인지(?) 세계 2차대전 폭격에도 파손되지 않고 보존됐으며 200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마르크트광장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중세 어부마을인 슈노어지구다. 이 곳은 15~16세에 지어진 중세의 거리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낡은 벽돌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카페, 레스토랑, 공예품 가게가 아기자기하게 들어차 있어 브레멘에서도 중세의 기운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