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감성을 생각하다

젊은 아버지가 기차 속에서 VCR로 딸의 모습을 찍는다. 그러다 문득 ‘언제 이렇게 컸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잠든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KTX 광고의 한 장면이다. 광고 어디에도 KTX를 타라는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그 광고를 보고 있으면 왠지 바쁜 일상 때문에 놓치고 살아온 소중한 시간을 KTX가 만들어줄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든다. 이른바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다.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감성 지능, 감성 교육, 감성 경영, 감성 마케팅, 감성 리더십, 감성 공학, 감성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성을 결합시킨 용어들이 발견된다. 이렇게 난무하는 용어들을 접하며 불현듯 우리가 감성의 의미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따라 그 활용 범위는 물론 활용 방법까지 사뭇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감성’이라는 개념은 다양한 시각에서 정의가 가능하고 또한 포괄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한정지어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지각에 의해 불러일으켜져 그것에 지배되는 심적ㆍ체험적 전체, 또는 인상을 받아들이는 힘’ 이라고 돼 있으며 우리말 큰사전에는 ‘외계의 대상에 의해 감각ㆍ지각ㆍ표상을 얻는 능력’이라 제시돼 있다. 유럽 철학에서는 감성을 ‘감정의 능력(faculty of feeling)’으로서 ‘통증ㆍ쾌감ㆍ공포감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이라고 한다. 또 감성 공학(Kansei Engineering) 분야에서는 ‘감성이란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에 의한 감각ㆍ지각으로부터 인간의 내부에 일어나는 고도의 심리적인 체험으로 쾌적감ㆍ고급감ㆍ불쾌감ㆍ불편함 등 복합적인 감정’으로 정의 내리고 마케팅, 상품 기획, 광고의 연구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5년 대니얼 골드만(Daniel Goldman)은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란 책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자신을 동기화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며 상대방의 인간관계를 맺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다양한 감성의 정의를 종합해보면 ‘인간ㆍ감정ㆍ지각ㆍ능력ㆍ관계’라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딱히 이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감성이란 인간의 감정과 감각이 발휘하는 능력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문득 순수한 자연인으로 돌아가 가장 인간적인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야만 감성시대 경영인이 걸어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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