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계에 따르면 뱅카 서비스 본격화로 '한국판 위어바오'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카카오가 전자금융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금융상품 출시가 불가능하지만 보안시설 등을 갖추고 시장에 진출할 경우 판도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뱅카에 충전된 돈을 제대로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카카오의 금융 시장 진출을 기대하게 한다. 시중은행들은 뱅카에 돈을 충전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이용자 몰이에 나서고 있지만 이 자금을 어떻게 굴릴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계획이 없다.
충전된 돈은 자유입출금식 통장에 넣어둔 돈과 같아 안정적 자금 운용이 어렵고 충전액이 최대 5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규 수익 모델 창출이 쉽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은 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아 알리페이에 많은 돈을 넣어두고 결제하는 문화가 정착됐지만 우리는 굳이 뱅카에 큰돈을 넣어둘 필요가 없다"며 "성장세를 낙관하기만은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파괴력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다음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수취한도 50만원이 규제 때문이라면 고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국의 정책에 따라 뱅카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 또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할 경우 '은행 없는 은행'으로의 시장 변화를 기존 금융사업자가 아닌 카카오가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스마트금융 담당자는 "현재는 은행이 뱅카에서 오가는 돈을 관리하며 주도권을 쥐려 하지만 뱅카 문화가 뿌리를 내릴수록 카카오로의 쏠림이 심해질 것"이라며 "은행들도 일단은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위에 올라서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뱅카 출시가 카카오에 장밋빛 미래만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보안 문제가 언제든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톡은 뱅카 서비스 출시 전날, 3시간여 동안 서비스 장애를 일으켜 신규 가입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향후 금융거래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파장은 서비스 장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금융 시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