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현룡·김재윤·박상은 의원 '방탄국회' 하루 앞두고 구속

檢 민관유착 척결 의지에 결국 유치장 신세

신계륜·신학용 의원은 기각돼 검찰 체면 구겨

금품수수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 5명에 대해 검찰이 동시에 강제 구인에 나서는 흔치 않은 모습이 연출됐다. 검찰의 초강수에 의원들은 뒤늦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며 꼬리를 내렸으나 이 과정에서 구인영장 집행을 위해 찾아온 수사관들에게 의원실 문을 열어주지 않고 휴대폰을 끄고 잠적하는 등 한동안 검찰 수사관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도 불명예스러운 일인데 일부 의원들은 사법 당국의 법 집행을 무시하는 듯한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여 입법부의 위신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의 검사와 수사관들 50여명은 21일 오전9시30분께부터 국회 의원회관에 진입해 새누리당 조현룡(69)·박상은(65)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김재윤(49)·신학용(62) 의원 5명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에 나섰다. 이날 오전 5명 의원 모두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미뤄달라며 사실상 불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무산되면 22일부터 열리는 '방탄국회'에 막혀 한동안 의원들의 신병확보와 수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현역 의원 5명에 대해 한꺼번에 강제구인에 나선 것.


하지만 구인 작업 역시 의원들의 비협조로 오후3시40분께까지 차질을 빚었다. 5명 의원 중 신학용 의원을 제외한 4명이 의원실 자리를 비우고 한동안 숨바꼭질을 벌였다. 특히 박 의원의 경우 20일에도 귀가하지 않고 변호인과도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바람에 검찰 수사관들은 한동안 박 의원의 은신처로 예상되는 곳을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의원실 측 관계자들은 오전에 수사관들이 의원실을 찾아오자 "국회 방호과와 같이 오라"며 한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5명 의원 중 가장 늦은 이날 오후3시40분이 돼서야 변호인을 통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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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의원 역시 20일 밤부터 차명폰을 들고 잠적했으며 21일 오전에는 차명폰마저 꺼 수사관들이 위치 추적에 애를 먹었다. 신계륜·김재윤 의원 역시 오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검찰은 의원회관 폐쇄회로(CC)TV 기록을 분석하는 등 국회 속 수색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검찰이 "도주에 협조하는 자들까지 범인도피죄로 엄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뒤늦게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했다.

사실 이날 볼썽사나운 실랑이를 벌이게 된 데도 국회의원들의 의도적인 수사 비협조가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오후11시59분 예정에 없던 8월 임시국회 집회 공고문을 내 22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임시국회와 이어지는 9월 정기국회 속에 수사 대상 국회의원들을 '불체포특권'의 보호 아래 숨기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어서 '방탄국회' 구태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이 수사에 협조해 다행"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법 집행한다는 원칙을 지켜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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