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부도가 난 공공건설임대주택에 대해 정부가 무제한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부도임대주택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 건설사업자의 고의 부도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부도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부도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부도임대주택법은 민간 건설사가 지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이 업체 부도로 임대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2007년 초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금까지 민간이 지은 1만7,283가구의 부도 공공임대주택을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이나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 주택 매입에는 지금까지 약 9,900억원의 정부 재정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번 법 개정으로 정부가 매입해야 할 부도 임대주택의 대상이 무한정 늘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기존 특별법은 매입 대상 주택을 2005년 12월13일부터 2009년 12월29일까지로 한정했지만 이 규정을 삭제해 모든 부도 임대주택으로 확대했다. 또 부도 발생 전에 계약한 임차인의 보증금만 보전해주기로 돼 있던 것도 모든 임대차 계약으로 확대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상 주택과 임대보증금 보전 대상이 크게 늘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신규 임대주택 건설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현행 부도특별법 적용을 받지 못하던 부도 임대주택 2,074가구를 매입하는 데 약 1,555억원가량의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임대보증을 받지 않은 임대주택은 전국적으로 12만5,000가구에 달한다. 만일 이 주택의 사업자가 부도를 내면 정부가 모두 매입해줘야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민간사업자의 고의 부도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업자와 임차인이 분양전환과 부도해소 등 자구 노력을 하기보다는 고의 부도를 일으켜 공공부문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 8월까지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은 3,809가구였다가 분양전환 등 자구 노력을 통해 1,000여가구가량이 감소, 현재 3,704가구가 남아 있다. 이 중 1,630가구는 현행 부도특별법에 해당되는 주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