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개봉할 `프리키 프라이데이`(Freaky Friday)는 할리우드 소품의 장기가 어떤 것임을 여실하게 확인시켜주는 영화 중 하나다. 서로 갈등 하던 어머니와 딸이 몸이 바뀌는 탓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깊은 가족애까지 깨닫는다는 내용. 스크린 내 인물 소개가 마무리되면 뻔한 결말에 식상할 때도 된 주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끝까지 눈과 귀를 붙드는 매력이 있다.
정신과 의사 콜만(제이미 리 커티스)과 그녀의 딸 애나(린제이 로한)는 공통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녀 사이. 남편과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키워 온 엄마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며 직장과 가정 일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늘 바쁘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열매를 거두기라도 하듯 환자들이 줄줄이 대기해 있는 데다 책 출간과 자상한 남자와 재혼까지 앞두며 `행복한 오늘`을 만끽한다. 그러나 딸이 보는 엄마는 꽉 막힌 성격에 자신의 기준만을 강요하는 완벽주의자. 집 차고를 딸의 록 연습실로 개방할 만큼 `쿨`한 구석도 있건만 딸의 눈엔 완벽한 엄마로 보이고 싶어 하는 욕심으로만 비친다.
딸 애나는 자신과 똑 같은 옷을 입은 친구를 보면 경악하고 마는 평범한 사춘기 소녀. 그러나 하고픈 바가 뚜렷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잘 자란` 십대다. 그러나 엄마가 보기엔 F를 받아오는가 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불량 남학생과 사귀려 드는 위험한 십대다.
두 사람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엄마의 재혼을 축하하기 위해 식구들이 모인 식사 자리. 엄마는 자신의 결혼식 전날 파티 대신 락밴드 공연 오디션에 나가겠다는 딸의 제안에 어이없어 하고, 아빠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낯선 존재에 불안감을 느끼던 딸은 그간 쌓인 감정까지 여과없이 폭발시키고 만다. 식당 주인은 이러한 모녀에게 점괘가 들어있는 쿠키를 선물하고, 이튿날 잠에서 깬 두 모녀는 자신들의 몸이 서로 바뀌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각자의 변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도 잠시 엄마는 딸 대신 학교로 가 시험을 쳐야 하고 딸은 엄마 대신 환자를 상대하고 이튿날 결혼식까지 올려야 함을 알게 된다.
30년 전 제작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이전에 TV 시리즈로도 다시 만들어져 인기를 끈 바 있다. 1976년 원작 영화에는 당시 14살이었던 조디 포스터가 딸 역으로 출연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