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을 보는 두가지 눈/서건일 중기연 초빙연구위원(여의도 칼럼)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이 재계 최대의 현안이 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주체라고 할 재벌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려 정책의 혼선이 빚어지고 정부, 기업, 국민 사이에 뭔가 갈피를 못잡고 불안만 더해가는 듯한 분위기다.재벌에 대한 시각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오늘의 재벌이란 과거 외형 위주 성장정책에 힘입어 개발 연대의 온갖 특혜와 국민적 희생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대기업군이라는 관점이다. 그럼에도 국민적 기업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너중심의 족벌경영, 차입경영 습성과 문어발식 기업확장, 독과점적 시장지배 등 온갖 전횡과 독주를 일삼다 오늘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부정적 견해다. 이들은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개입, 재벌기업 구조를 타도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소유 분산, 전문경영인제도입, 상호출자 및 지보제한 등의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다른 시각은 이렇다. 재벌기업에 많은 부작용과 부정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의 한보, 기아에 이르는 대기업의 부실문제가 바로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성장과 일자리, 소득은 재벌기업들의 견인차 역할에서 창출된 것이다. 삼성, 현대, 대우, LG, 선경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특유의 재벌기업들이야말로 근세에 있어서 우리가 이룩한 성장신화의 자랑스런 주인공들임에 틀림없다. 이제와서 좀 잘못되고 어렵게 됐다고 해서 그들의 국민경제적 기여와 성과를 과소 평가하거나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매도하거나 섣불리 흔들지 말라. 그들은 우리경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우리들의 대표선수요 선두주자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경쟁력을 키워 시대에 맞게 변화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이다. 지금의 경제위기, 구조조정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며 몸부림에 다름아니다. 부실 대기업은 그 적응의 실패에 따른 비효율과 부정적 측면이 노출된 것이다. 위기의 주체는 기업이며 그것을 컨트롤하고 극복하는 주체 역시 기업이라는 생각이다. 재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것이 생성된 시대와 미래발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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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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