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8~9월 신흥국 자금 유출 리먼사태후 최대

유럽재정위기 여파 외국인 투자금 156억달러 이탈

고수익을 노려 신흥국 시장으로 쏠렸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급속히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8~9월 두 달 동안 신흥국 시장에서 이탈한 투자자금이 2008년 리먼 사태 이래 최대 규모에 달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미 펀드 조사업체인 EPFR 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8월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과 아시아 7개 신흥국의 주식펀드에서 유출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모두 156억달러로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94억달러)이나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초반인 지난해 5월(66억달러)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일본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국과 대만ㆍ태국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인도 등 아시아 6개국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의 증시 순매도 규모가 7~9월 두 달 동안 16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리먼 사태를 전후한 2008년 7~9월 이래 최대 규모다. ING그룹에 따르면 9월에 신흥국 국채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도 32억달러로 리먼 사태 당시를 웃돌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위기가 불거진 8월 이래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신흥국 자산을 처분해서 달러화를 확보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고수익 투자보다는 가장 안전한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 자산 회피현상은 외환시장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각각 15%씩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도 달러 대비 10%가량의 낙폭을 보였다. 이처럼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각국 정부는 공격적으로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서 러시아의 경우 두 달 동안 외환보유액이 5%가량 줄어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10월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을 빠져나갔던 일부 자금이 되돌아왔지만 해외 펀드들은 신흥국 자산비중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디스위스증권의 시라카와 고우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에는 선진국에 대한 수출 감소로 중국과 아시아지역의 성장이 둔화하는 추세"라며 "예전처럼 신흥국 자산이 글로벌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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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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