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2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재재협상을 주장한 배경에 대해 "협상을 시작하던 당시(2006년)와 상황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를 공약(空約)과 말 바꾸기 논란의 돌파구로 삼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만큼 '예측 불가'였다는 항간의 평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험 문제조차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당연지사고 매일 수십 건씩 터지는 교통사고 또한 예고 없이 찾아오는 현실에 비춰보면 '특별한 위기'라 한들 만만한 도피처가 될 수는 없다.
논리를 전개시켜 강 회장과 한 대표가 서로의 변명을 수용하며 주고받다 보면 상황 타령이 얼마나 한심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 대표는 상황이 바뀌어 747 공약을 달성하지 못한 현 정부를 따뜻이 이해해줘야 한다. 강 회장도 국제 상황이 현저히 달라진 만큼 한미 FTA 폐기를 원점에서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해달라고 이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상황이 변했다'는 논리의 궁색함이 이렇다.
각각 정부 경제 정책 수장과 정권의 2인자인 국무총리를 지낸 두 사람이 천변만화하는 국제 경제 환경을 충분히 염두에 두지 않고 747이나 한미 FTA 같은 중대 사안을 시작했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실책을 저지른 것이며 이는 필부도 비웃을 일이다. 리더의 '상황 변화론'은 정치 불신만 키우는 변명이 아니라 반성과 사과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작은 일도 책임지려 하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