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권·재정에 짐… '성장발목' 우려

■ 손실 갚을 수 있나세수확충등 무리·은행도 수지악화 가능성 정부가 27일 내놓은 공적자금 상환대책의 핵심은 69조원에 달하는 손실분의 상환 가능 여부다.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면서 공자금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지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때문에 상환대책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 짜자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 공자금 상환, 경제성장 발목잡을 가능성 정부가 제시한 손실 공적자금 상환대책의 골자는 '금융권 20조원, 재정 49조원 부담'이라는 대원칙. 물론 일차적인 상환책임은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실기업들의 상환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탓에 이 같은 분담원칙을 세운 것이다. 금융권의 부담은 갹출이다. 20조원을 25년간 부보대상예금의 0.1%에 해당하는 특별보험료로 충당한다는 것. 그러나 금융권이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우량은행은 큰 영향이 없지만 공적자금을 받은 우리ㆍ조흥ㆍ외환은행과 지방은행들의 보험료 부담은 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곧 주가에 반영되고 주가가 정부의 예상보다 떨어진다면 실제 회수금액이 적어지는 것은 물론 민영화 일정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은행에 비해 공적자금을 덜 받았으면서도 똑같은 비율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2금융권도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재정은 49조원을 '짜내기(신규세원 발굴)'와 '허리띠 졸라매기(예산절약)'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이자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25년간 매년 각각 1조원씩의 세수증대와 예산절약이 필요하지만 세수 형편과 살림살이를 살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에서 절약이 가능한 부분은 해마다 6조~7조원씩 늘어나는 신규증액분. 하지만 날이 갈수록 복지와 기술개발 등 경직성 예산요구가 많아져 매년 1조원씩 예산을 활용한다면 경제성장에 차질을 빚고 국민생활에 불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법인세 감면, 외국인 투자기업 세금혜택 등 세원이 점차 엷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세수를 1조원이나 늘리는 것도 무리가 뒤따를 전망이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이에 대해 "경제발전을 지속하면서 공적자금 손실분을 갚아나가면서도 재정과 금융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조합이 이번에 마련된 상환대책"이라고 설명했다. ▶ 이자부터 갚자는 논의도 때문에 공적자금 원금은 그대로 놔두고 이자만 갚아나가라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 경우 공적자금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하지만 현 세대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이자 충당용으로 국채가 발행됨으로써 채권시장이 두터워지는 장점이 있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는 "영국 등에서는 영구채권까지 발행하고 있다"며 "25년간 경제가 성장하면 공적자금 원금부담은 훨씬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겪었던 멕시코도 이 같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한국은행 출신의 한 은행 간부는 "정부가 원금을 갚아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 경제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이자를 부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며 "공적자금은 과거의 부실에 대한 정리임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무형고정자산 투자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성장한 만큼 이자부담도 갈수록 경감될 수 있다"며 "원리금 상환 방식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경부도 이 같은 지적을 내심 반기고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 부담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직은 우세한 상황이다. '공적자금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도 정부가 과감히 이 같은 논의를 드러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공적자금 원리금 상환방식이냐 아니면 원금 잔존, 이자 상환방식이냐는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조율될 예정이다. 권홍우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