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통령후보가 대선후보단일화 경쟁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한테 패배한 뒤 그가 고문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그룹 계열회사 주가가 급등했다고 한다.
정몽준의원의 대선출마가 현대그룹 관련회사들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일찍이 그의 출마선언 이전부터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선 일치했었다.
정의원이 출마할 경우 선거자금은 보유주식 매각을 통해 조달해야 할 것이고, 낙선하게 되면 기업을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 예상되며, 당선된다 해도 현대그룹의 모든 기업활동은 특혜시비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그의 출마는 기업에 악재가 된다는 것이 이 같은 분석의 근거였다.
이 때문에 정경분리를 선언하며 정몽준후보와 거리를 두기에 바빴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대 계열사들은 그가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패배한 것에 오히려 안도하고 있다고 한다.
정의원의 후보탈락에 현대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른 것은 정치가 기업활동에 미치는 역작용의 생생한 반증이라 하겠다.
우리는 기업인들이 정치에 참여해서 멀쩡한 기업을 골병들게 한 예를 무수히 보아왔다.
기업인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바람직스럽지 않은 정치개입이라 하겠다. 대선에 출마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과 출마 직전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그룹의 김우중 전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재벌그룹이 경영난에 빠지게 된 것은 경영자의 정치참여와 결코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대기업의 경영자가 대통령을 꿈꾸는 것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정치인이 너무 부패하고 무능한 탓이라고는 하지만 기업가로 그들을 대체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낳기 쉽다.
정치 부패는 특혜를 노리는 기업가와 특권을 행사하려는 정치인과의 이해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경제력 집중이 문제되고 있고 정부 정책과 재정이 기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에서 특정기업의 경영자가 이를 주무르는 자리에 앉게 되는 것도 문제다. 특정기업의 경영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경영에 전념하던 다른 기업인들에게 '대통령병'을 전염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폭 넓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기업의 돈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기업의 자산은 상당부분 은행이나 주주, 국가 의 것이다.
기업 돈을 정치자금으로 이용하는 것이 횡령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을 이용해 정치를 하려는 시도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기업과 정치의 관계를 시장이 꿰뚫어 보고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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