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프트 경쟁력을 높여라] <1> '고도 부가가치'의 원천

五感자극…이젠 디자인·브랜드가 핵심경쟁력<br>품질·기술등 격차 갈수록 좁혀져 차별화 어려워<br>진열대 상품이 소비자 사로잡는시간 0.6초불과<br>"21세기는 문화의 시대…기업의 철학을 팔아야"


유명인사들이 하나쯤은 반드시 갖고있는 몽블랑 만년필, 성공한 사람들의 자부심을 담았다는 BMW, 고급 향수의 대명사 샤넬. 속칭 ‘명품’으로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 등 숱한 성공 요소를 꼽을 수 있지만 요즘같이 산업이 발달한 상황에서 여타 제품들과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오히려 객관적인 측정치에서 이들보다 뛰어난 상품도 왕왕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상품은 여전히 각 부문에서 최고다. 세상은 지금 ‘자본중심’에서 ‘뇌(腦)본중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품질, 가격, 기술 등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비교 경쟁력’이 경제전쟁의 핵심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디자인, 브랜드’ 등 사람들의 감성과 미적 취향 등 ‘소프트 경쟁력’이 핵심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진다. 서울경제신문은 디지털 경제전쟁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소프트 경쟁력의 업그래이드 방안을 총 5회 시리즈를 통해 정리해본다. 1. 고도 부가가치의 원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4월10일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전시회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 사장단을 불러놓고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명품들이 스스로 발휘하고 있는 향기나 매력이 삼성제품에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진열대에서 상품들이 소비자들과 만나 마음을 사로잡는 시간은 불과 0.6초”라며 상품 이미지(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나아가 “모든 업종 모든 계열사들이 디자인 경쟁력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0.6초의 승부’를 걸어라= 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애용하는 검정색 선글라스는 미국 오클리가 만든 제품이다. 오클리는 안경 다리 부분에 MP3플레이어가 내장된 선글라스를 개발하는 ‘파격’을 통해 ‘눈에 음악이 흐른다’는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낸 회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역을 흡수해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켰다. 오클리의 성공은 경영학의 새로운 키워드인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라’는 개념이 현실에 접목된 대표적인 사례다. 국가간 기술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가격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처럼 기술이나 품질만으로 승부하려는 시도는 무모해졌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글로벌 일류기업들은 대부분 우수한 인재와 혁신적인 디자인, 창조적인 브랜드 이미지 등 차별화 된 소프트 경쟁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한 하드웨어만으로는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디자인이 갈수록 상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라= 아시아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겨울연가’, 브로드웨이에서 당당히 성공한 ‘난타’ 공연. 이들에게 공통된 성공방정식은 무엇일까.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와 문화가 가장 짙게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력과 독특한 정서, 움직임에 대한 한국적 이미지 등등이 지구촌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이들 공연이나 드라마가 단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기계적으로 만든 작품이었거나,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헐리우드 흉내내기에 그쳤다면 관객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을 것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반도체와 철강, 자동차 등 10대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기술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중국에 3.8년 앞서 있고, 일본에는 2.2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요 산업의 경쟁력 차이가 갈수록 좁혀져 6년만 지나면 격차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종잇장처럼 좁혀지고 있는 기술력만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기술은 언제든 복제되거나 추월당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뇌에 박힌 제품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기술에 의존한 성장등식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 미국, 유럽, 일본의 초일류 상품과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는 무대의 마지막 승부수는 지구촌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한번 더 잡을 수 있는 소프트 경쟁력이다. 특별취재팀 정상범 차장(팀장), 문성진 차장, 이진우 기자, 김현수 기자, 민병권 기자, 김상용 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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