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방지협약」 시작부터 난항

◎종금사 지원 제외 안된다” 지방은 반발/은행장회의 격론 예상진로그룹 등 부실징후 기업의 회생을 위한 부도방지협약이 진로 채권금융기관 1차 대표자회의(28일)가 시작되기도 전에 종금업계와 지방은행의 잇단 내부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협약의 원활한 이행여부에 생사가 걸린 진로그룹은 정상화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곤혹스런 입장이 되고 있다. 전국 10개 지방은행장들은 26일 하오 경주 조선호텔에서 지방은행장회의를 열고 종금사들이 추가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희생의 공통분담이라는 취지에서 볼때 수용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28일 전체 은행장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강력히 개진키로 했다. 이에앞서 은행연합회는 26일 상업·서울 등 주요채권은행들과 협의, 종금사들이 「부도어음 반환청구 소송」 등 개별 채권행사에 나서는 사태를 막기 위해 추가지원에 불참하더라도 협약에는 참가해 최소한 채권유예에 동참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협약내용을 다시 개정, 종금사를 의무가입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금업계는 28일 상오 사장단회의를 갖고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한 뒤 이날 하오 열리는 진로 채권단회의에 참여키로 했다. 당초 은행권은 종금업계가 진로그룹에 대한 추가지원에 반대함에 따라 종금업계를 협약 의무가입대상에서 일단 제외하고 임의가입대상으로 협약을 개정키로 의견을 모았었다. 은행연합회는 이같은 방안을 최종입장으로 정리, 28일 상오 10시 열리는 전국 35개 은행장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 그러나 종금사 추가지원 제외 방침에 대해 지방은행단이 반발하고 있고 아직 시중은행간 의견조율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어서 이날 열릴 은행장회의에서 극심한 논란이 예상된다.<안의식·이기형> ◎「부도방지협약」 난항 파장/금융기관간 이해 첨예 대립/은행­종금 “우리만 손해” 불신 심각 「금융자율화는 아직도 요원한가.」 부도방지협약이 첫 대상인 진로그룹 처리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종금,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에 서로 이해가 엇갈려 극도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작은 피해를 나눠 큰 손해를 막자」는 이번 협약의 근본취지에 대해 지방은행·종금 등 개별 금융권이 「작은 피해라도 볼 수 없다」고 나섬으로써 협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바람에 협약자체의 성립과 성공여부에 관해 회의하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자율은 아직 멀었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협약은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 등 당국이 사실상 발의했으나 제도의 성안과 구체적인 운용과정은 금융권간 자율조정에 맡겨진 상태여서 향후 협약의 성패 여부에 안팎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난맥상의 핵심은 무엇인가=종금업계와 은행권간의 뿌리깊은 불신과 갈등이 이번 사태를 통해 극명하게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종금업계가 자기 책임하에 집행한 부실채권을 은행권에 떠넘긴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반면 종금업계는 은행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종금업계의 영업을 방해하고 자기잇속만 챙긴다는 시각이다. 은행권이 종금사들이 추가지원에 불참하더라도 협약에는 가입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불신」 때문이다. 은행권은 종금사들이 협약에 아예 불참할 경우 진로 어음을 마구 교환에 돌리고 부도어음에 대해서는 「부도어음 반환청구소송」 등 개별 채권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이 경우 2금융권의 진로채권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판단, 이를 막기 위해 종금을 협약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보수사와 청문회 「공포증」 때문인지 감독당국이 개입을 극력 꺼리는 「중심 공백」도 이같은 난맥상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협약은 성공할 수 있을까=추가지원 거부라는 요구조건이 수용된 종금업계가 협약참가를 약속함에 따라 일단 가장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종금사들의 추가지원 불참으로 부담이 더 늘어난 은행권 내부에서 비판론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들은 『각 지역의 부실기업을 살리기도 벅찬 판에 중앙 대기업의 부실여신과 종금사 추가지원분마저 떠안으라는 말이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직원들도 내심 『왜 은행이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느냐』며 볼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인없는 은행」이라는 국내 은행의 속성상 일단 「정부방침」에 따라 진로에 대한 협약상의 지원계획은 수순대로 진행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실제 자금이 집행되거나 긴급 지원자금을 사후정산할 때 은행권 내부에서 ▲사후정산 분담금 부담 기피 ▲협조융자 거부 등 「사보타지(태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협약의 성공적 이행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진로그룹은 회생할 수 있을까=협약의 성공 여부에 「생사」를 걸고 있는 진로그룹은 협약이 시작부터 삐걱거리자 회생여부가 불확실한 형편이 됐다. 업체별 주거래은행들은 긴급지원자금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며 추후 전문기관의 실사결과와 진로의 자구노력 성사여하에 따라 그때가서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협약 이행과정에서 금융기관간 갈등이 증폭돼 추가자금 지원이 중단되거나 ▲자구노력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진로그룹은 최종부도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안의식·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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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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