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안전의식 희박 무사고 “아득”/산업안전

◎국민 51%가 “안전수칙 무시경험” 응답/작년 재해건수 감소불구 사망자 늘어/건설업종 특히 심각… 최근 직업병 급증 “새문제”1976년 이탈리라 쎄베소(SEVESO)에서 다이옥신 독성물질 누출로 인해 1200㎢의 국토가 폐허화했고 이를 계기로 유럽공동체(EU)에서 중대산업사고 예방규정이 도입됐다. 1984년에는 인도 보팔에서 MIC누출사고가 발생해 사망 2천5백명, 부상 20만명에 이르는 대형피해가 발생, 중대산업사고 예방제도가 도입, 시행됐다. 미국은 또 1989년 미국 필립스석유회사의 프로필렌 반응기 폭발사고로 사망 24명, 부상 1백32명의 인명피해와 1조2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어 이를 계기로 지난 92년 2월 미국 산업안전보건법에 공정안전관리(PSM;Process Safety Management)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9년 럭키 여천공장의 ABS공장 폭발사고(손실액 2백46억원), 90년 유공 울산공장의 화재사고(1백1억원), 91년 극동정유 서산공장의 폭발사고(3백47억원) 등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또 93년에는 쌍용정유(40억원)와 현대석유화학(50억원)에서 잇달아 대형 산업사고가 발생,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3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중대산업사고 예방제도가 국제협약 제174호로 채택되기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안전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 공정안전관리제도를 도입, 시행해 오고있다. 현재 유해·위험물질을 다량 취급하고 있는 화학공장은 3백60여 사업장이며 이중 30여 사업장이 20년이상 가동되고 있으며 약 50%에 달하는 1백80여 사업장이 10년이상 가동 중에 있다. 지난 88년부터 올해 3월까지 중대산업사고 발생은 모두 1백1건에 달하고 있다. 지난 93년까지는 안전문제의 소홀로 중대산업사고가 증대했으나 94년 이후 PSM제도의 홍보로 사고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PSM제도가 의무화한 96년에는 8건의 중대산업사고가 발생, 전년대비 약 40%의 감소효과를 보았다. 사고 유형별로는 화재·폭발·독성물질 누출사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업종별로 보면 정밀화학, 석유화학, 가스업 등의 순으로 사고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원인을 보면 설비의 노후화 등 설비결함(24.7%), 운전미숙(45.7%), 공정결함(7.4%), 설계결함(17.3%), 기타(4.9%) 등의 순으로 결국 관리감독자를 비롯한 정비작업자, 운전자의 실수 등 인간의 실수가 원인이 되는 사고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공보처가 실시한 우리사회 대형사고 발생과 관련한 대국민 안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전수칙을 무시해 본 경험이 있으냐」는 질문에 전체의 5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안전수칙을 무시한 이유로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이 전체 응답자의 48%를 차지해 안전불감증을 다시한번 확인, 충격을 주고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사이에 겪어야 했던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붕괴, 아현동 가스폭발, 대구지하철건설현장 폭발사고 등은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한편 전세계의 산업체에서는 매년 평균 5천만건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매일 16만건에 달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에 의하면 최근에 들어서는 사고의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치명적인 중대산업사고는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해 산업재해자는 모두 7만9백50명으로 전년도의 7만8천34명에 비해 7천84명(9.1%)이 감소했으나 사망자는 2천6백70명으로 전년의 2천6백62명보다 8명이 늘었다. 사망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광업부문의 진폐, 일반질병, 운수업의 교통사고 사망, 추락 등 건설업의 재래형 사망재해 등에서 증가했기 때문이다. 재해로 인한 노동력이 상실되는 신체장애자수 또한 90년 이후 매년 평균 3만6백13명이나 발생하고 있으며 그 점유율도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과거 20년동안 재해자수에서 약 4배가 증가했으며 사망자수는 약 8배나 급증, 계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 사망재해자수는 7백89명으로 전년동기 7백15명보다 10.3%나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특히 추락·낙하·붕괴 등 재래형 재해가 여전히 7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중소규모 현장에서의 재해가 50%에 달해 재해예방의 사각지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같은 산업사고 이외에 최근에는 용접작업자의 망간중독, 유기용제 중독 등 화학물질에 의한 직업병 환자가 급증,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직업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최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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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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