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팝아티스트 한상윤이 만난 화가이야기] (1) 꽃의 화가 한은주

“나는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보다는, 행복함을 표현하고 싶다”





뉴욕화가로 잘 알려진 김주철 작가의 개인전(우진 문화공간)에서의 오프닝 사회 겸 선생님을 뵙기 위해 내려간 전주행. 내 인생 첫 방문인 전주는 인심좋고 인사동보다 더욱 더 멋스러운 길의 매력을 가득 담은 곳이었다. 전주! 한때 전라도 그림 풍이 유행하면서 한국화,동양화의 맥을 잘(!) 이어오고 있지만 불경기 탓인지 이곳 한옥 마을 갤러리들 또한 울상을 짓고 있었다.

사실 ‘한은주’라는 작가는 최근 SNS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로 알게 된 작가였다. 나와 같은 동양화 진채(분채/천연 분말 가루,석채/천연 돌 가루)기법을 연구하며 작업하는 이 작가의 작품에 흥미를 갖고 친해지기 위하여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전주에서 활동중이며 원광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수학한 한은주의 그림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축제-페스티벌” 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오갈 때면 수많은 작가들의 리얼한 꽃이 그려져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 작품들은 그림이라기보다는 사진에 더 가까워 사실 따스한 정보다는 ‘그냥 잘 그렸다’ 는 느낌 정도였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은 왠지 모르게 정이 넘쳐 흘렀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것일까! 왜 저렇게 표현하지!’ 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꾸 보니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꽃이 표현하는 인간의 喜怒哀樂(희노애락) 은 어쩌면 바쁜 일상 속에서 신경쓰지 못했던 내 주위 인물들, 그리고 가족들의 표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 같기에 나는 더욱더 심도 있게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그녀 작품속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전주에서의 일정 가운데 전주의 大家 유휴열(서양화가) 선생님의 작업실을 같이 방문하며 그림이 아닌 인간으로써 친해질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맥집(전주의 호프집)이라 불리우는 전주의 특색있는 가게에서 막걸리와 감칠 맛 넘치는 안주들과 함께 작품에 대하여 나누었던 그 순간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나는 물었다. “한 선생님! 왜 하필이면 꽃인가요?”어찌 보면 돌직구와 같은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어요. 이끌어주는 선배가 많지 않았고 서울로 올라가 작업을 선보이기 위해 아이를 등에 엎고 물감을 잘게 부수어 손으로 으깨며 살림과 더불어 작업했지요. 초반에는 한국적이고 동양적 철학을 담아낼 수 있는 작업을 찾고 연구했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것을 표현하려 애쓴다기 보다는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표현하고 싶었고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진다는 신념이 있어요.”

그녀는 이렇게 답하며 살며시 핸드폰으로 자신의 초반 작업을 보여주었다. 나는 감탄이었다.

‘아! 이런 작업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러한 작업이 나올 수 있었구나!’


시끌벅적한 주점 안에서 한은주 작가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놀라움에 잠시 멍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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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학생 자녀가 있다. 그리고 부군도 계신다.

다른 여류 작가들 또한 마찬 가지 이겠지만, 여류 작가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가족들을 챙겨야 되고, 살림을 돌봐야 되고 그리고 작업까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은주 작가는 그 모든 것을 소화해 내며 사생활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작가다.

나는 그녀에게 욕심이 생겼다. 같이 전시해본다면 재미있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과감히 물었다.

‘선생님, 제가 기획전을 하나 열어 볼까 하는데 작품 한점 내주시겠어요?’ 그녀는 흔쾌히 작품을 건네 주었다.

요즘 들어 그림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그림을 돈으로만 바라보려 한다.

더욱이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여러 비자금 사건에서는 그림이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국 미술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그리고 자신들의 비자금을 감추기 위해 구입하는 작품들은 해외 유명 작가다. 물론 대한민국 작가들도 있기는 하다. 박수근,이중섭,천경자 등. 이미 이 작가들의 작품들은 수억에 해당되는 고가의 작품들에 속해있다. 문화 속 예술, 그 힘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었던가!

한국에는 젊고 패기 넘치고 좋은 작가들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지역(지방)의 색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들 또한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 미술시장에는 그 분들은 소외 되어져 가고 있다.

나는 ‘한은주’라는 작가의 작품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 감히 믿어본다.

그녀가 그리고 있는 꽃 속 에 담겨 있는, 표정없어 보이지만 계속 보고 있자면 표정을 나타내주는 그러한 생각하는 그림은 때론 이 현실에 지치고 힘든 우리에게 가장 큰 웃음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한 이 시대의 ‘천경자’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가까이의 작가들에게서 보여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그녀의 꽃처럼 수많은 여류 화가들이 지금 이 순간에 꽃피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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