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일본의 노골적 근린궁핍화 전략, 한국은 손 놓고 있나

중국 인민은행이 13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1.11% 상승한 6.4010위안으로 고시하면서 3일 연속 위안화 환율을 올렸다. 중국은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그동안 실물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환율을 바로잡은 것일 뿐 수출을 늘리거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그에 따른 시장 충격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중국도 일본에 이어 주변국 경제를 희생시켜 자국 경기를 끌어올리는 근린궁핍화 정책을 본격화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장기간 침체돼온 자국 경제를 살리겠다며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찍어내는 양적완화에 나섰다. 그로 인해 시작된 엔저는 특히 수출전선에서 경쟁관계에 있던 우리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꾸준하던 한국의 대일본 수출 증가율은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후 2012년 -2.2%, 2013년 -10.7%, 2014년 -7.2%로 주저앉았다. 엔저 피해가 지금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위안화 가치 하락까지 덮친다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는 더욱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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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일단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는 등의 단기충격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충격의 강도가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가장 세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당장 시장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우리 정부가 대응하는 모습은 불안하기만 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위안화 절하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최 경제부총리의 예상과 달리 우리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은 최근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엔저 때와 마찬가지로 위안화 절하 또한 중국과 경쟁관계인 국내 산업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다. 우리도 주변국들의 근린궁핍화 전략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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