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항공사고 복수극 벌인 러시아 가장에 8년형

항공기 충돌 사고로 졸지에 부인과 아들,딸을 잃은 충격을 못이겨 관제사를 살해한 러시아인 가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스위스 취리히 법원은 지난해 2월 스위스에서 근무하는 덴마크 출신의 관제사피터 닐센(당시 36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인 비탈리 칼로예프(49세)에대해 26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피고측 변호인들은 칼로예프가 범행 당시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있었다며 3년형을 요구한 반면, 검찰측은 그가 살의를 품고 있었던 점이 분명하다며12년을 구형했었다. 법원의 선고는 정상이 크게 참작되지는 않은 것이다. 칼로예프 본인은 심리 과정에서 관제사 닐슨의 집을 찾아간 것은 그를 살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술한 바 있다. 죽은 아이들 사진을 닐슨에게 보여줬지만 닐슨은 사진을 든 칼로예프의 팔을 쳐버렸으며 '떠나라'는 제스처를 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는 것. 칼로예프는 지난해 2월 24일 관제실수로 대형 사고를 야기한 문제의 관제사를자택으로 찾아가 부인이 보는 앞에서 칼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가 하루만에검거됐고 애틋한 범행 동기가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세인의 주목을 모았었다. 칼로예프의 부인과 아들, 딸은 2002년 7월 1일 밤 독일 남부 상공에서 러시아여객기 투폴례프(Tu)-154와 보잉-757 DHL 화물수송기가 충돌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로 어린이 57명을 포함해 71명(러시아인 69명)이 사망했다. 어린이 희생자가 많았던 것은, 러시아 중부 바쉬키리 공화국 출신 학생들이 스페인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투폴레프-154여객기에 대거 탑승했기 때문. 칼로예프의 부인과 아들, 딸은 스페인에서 건축 엔지니어로 일했던 가장을 방문하기 위해 수학여행단과는 별개로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조사결과 해당 지역을 관제하던 스위스 관제회사 '스카이가이드'의 관제사인 닐센의 실수가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관제사는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 여객기의 충돌경고 장치가 고도 를 올릴것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하강을 지시했고 동료 1명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혼자 당직을 섰던 사실도 나중에 밝혀져 스카이가드측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 국민들과 러시아 언론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타이무라즈 맘수로프 북오세티야 대통령은 동향(同鄕)인 칼로예프를 정신적으로지원한다면서 지난 25일 직접 취리히를 방문해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선고 공판을 앞두고 모스크바의 스위스 대사관 주변과 북오세티야 수도인 블라디카프카즈에서는 칼로예프의 무죄를 주장하는 러시아인들의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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