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넘는다] 풍산

銅제품 만들기 '한우물 경영' 세계 素錢시장 40~50% 장악"소전(素錢) 하나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세계 최대의 소전 메이커인 풍산에 따라붙는 평가다. 세계 소전시장의 40~50%를 장악하고 있는 풍산은 요즘 새로운 기대에 부풀어 있다. 내년 1월부터 유로화 사용이 본격화하면서 동전 소재로 쓰이는 소전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98년부터 2만톤(9,000만달러)의 유로화 소전을 공급해온 풍산은 오는 2003년까지 1만5,000톤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화폐'로 불리는 유로화 소전 공급을 통해 '작지만 큰 기업'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12개 유럽통화연맹(EMU) 회원국의 3억8,000만 인구가 사용할 유로화는 앞으로 동구권 등 비참여 국가들이 새롭게 유로권에 가세하면서 소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풍산의 유럽시장 진출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진을 필두로 한 전사적인 마케팅 활동의 결과. 풍산은 위조방지를 위해 기존 주화에는 없는 전기전도성까지 요구한 유럽국가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 고도의 동합금 주조기술을 기반으로 구리ㆍ알루미늄ㆍ아연ㆍ주석 등 4원 합금의 '노르딕 골드(Nordic Gold)'를 자체 개발했다. 지난해 4월부터 고 류찬우 회장의 뒤를 이어 풍산을 이끌고 있는 류진(44) 회장은 수출ㆍ기술ㆍ생산 부문의 실무자들로 유로소전팀을 구성, 주요회의는 물론 해당국가들의 조폐국을 직접 순방하는 등 강행군을 하면서 안정적인 소재공급과 품질 보장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냈다. 스스로를 '대표사원'이라 부르며 가족적인 노사협력의 상생문화를 일궈가고 있는 류 회장은 오래 전부터 직원들의 해외연수와 경영설명회 등을 통해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별상여금(300%)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풍산은 91년 이후 단 한건의 분규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직원들 스스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장서는 모범적인 노사협력 체제를 구축해냈다. 류 회장은 평소 '한우물 경영'을 강조한다. 최근 수년간 웬만한 기업들이 모두 정보기술(IT)이나 레저 분야의 계열사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는 데 반해 풍산은 오로지 동제품 전문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정보기술 투자도 기존사업을 보완해주는 전자상거래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한정, 철저히 오프라인 사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풍산의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 9,900억원에 당기순이익 800억여원. 지난해보다 각각 6.1%, 9.6% 증가한 수치다. 류 회장은 "한우물을 판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내실경영의 원천"이라며 "주어진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세계 초일류 동제품 기업의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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