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체질 80년이후 “최악”(경제 앞이 안보인다)

◎순익 반감·1인당 부가가치도 마이너스/“이러다 제2한보 될라” 살아남기 몸부림요즘 국내 기업들은 과거 1·2차 석유파동에 맞먹는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한보부도도 본질적으로는 기업주의 방만하고 어이없는 정경유착행태의 경영결과였지만 기업경영 환경이 예상을 뛰어넘어 급속히 악화된 탓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경영의 최종목표인 채산성은 형편없이 악화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고 경상이익은 아예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덩치만 커졌지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지난해초 이후 수출가격 폭락, 엔저·달러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같은 상황이 언제쯤 해소될지 전혀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올들어 노동법 파문과 한보부도 사태가 연거푸 터지자 대다수 기업인들은 「내일의 회복 가능성」조차 기대하지 못한 채 심각한 무력감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대우경제연구소가 12월 상장법인 5백56개사의 지난해 상반기중 경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기간 중 조사대상 기업의 경상이익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53.6%나 감소했다. 이는 주로 반도체·유화 등 주력상품의 수출가격 폭락 때문으로 풀이되나 94년중 상장법인 경상이익이 49.0%, 95년 34.9%씩 각각 늘어난데 비해 너무 가파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기간 중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은 1.6%에 그쳐 6공 마지막해인 92년 상반기의 2.6%보다 1.0%포인트나 하락했다. 95년중 미국 제조업체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이 7.7%이고 일본은 3.6%로 각각 우리 기업의 3∼4배에 달한다는 사실과 매우 대조적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직원1인당 부가가치증가율(경상기준)도 이 기간중 1.5%에 그쳐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인건비는 9.7%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도 92년 상반기 45.6%에서 96년 상반기엔 48%로 늘고 단기차입비중은 21%에서 25%로 증가했다. ◎노동법 파문·환육급등·부도 등 악재 “첩첩” 대우연구소측이 분석한 지난해 상반기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7.5%의 높은 수준에 머문 가운데 재계와 정부가 경기 급랭이냐 연착륙이냐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던 시기다. 따라서 당시에 비해 환율 등 대내외 환경이 개선되기는 커녕 파업과 한보부도까지 겹쳐 올 1·4분기중 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형편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새삼 따져볼 필요도 없다. 몇몇 대그룹을 뺀 웬만한 기업들도 흔들린다는 소문이 자주 오르내리는 까닭은 이같은 기업경영체질의 빈혈성 때문이다. 정부도 현재 기업여건이 80년 이후 최악의 국면이라는 사실을 시인한다. 한승수 부총리는 이날 대한상의 초청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1∼11월중 수출단가 하락폭은 12.8%에 달해 교역조건의 악화가 1차석유파동(73∼74년) 때 18.6%, 2차파동(79∼80년) 때의 13.3%와 비교될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실적보다 2.1%나 줄어든 규모로 잡아 80년 이후 17년만에 가장 심각한 투자위축 양상을 보이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 것도 이같은 전후사정을 반영하는 결과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모그룹 임원은 『단순한 설비확장 투자보다 합리화·연구개발 투자에 주력하라, 늘 푼수없는 인수합병(M&A)에 몰두하면 곤란하다는 등 비판이 있지만 한치 앞을 예측키 어려운 판이어서 기업은 다만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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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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